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새정치」의 윤곽을 드러내보였다. 이총재는 14일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초청 조찬강연에서 『제2의 창당을 준비하는 심정으로 새로 출발하겠다』며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제2의 창당」은 필요하다면 당명변경, 당헌개정까지 포함해 당을 전면 개조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이른바 「그랜드 플랜」, 또는 「그랜드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포장됐던 것이 과장이 아니었던 셈이다.
제2의 창당을 통해 당을 이회창 색깔로 새롭게 만들려 할 경우 무엇보다 인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당내에 도저히 융화하기 힘든 다양한 빛깔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소용돌이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총재는 강연에서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 참신하고 역량있는 신진 엘리트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당이 갈라지는 사태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총재는 오래전부터 법조계 언론계 학계 등의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측근은 『이쪽에서 손을 내민 인물도 있고, 저쪽에서 먼저 노크한 경우도 있다. 이미 입당의사를 밝힌 인사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개혁은 현재 한국사회의 움직일 수 없는 지배적 담론』이라며 『일부가 개혁을 반대한다 해서 당위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단정지었다.
이총재가 엄청난 폭발력이 내재돼 있음을 잘 알면서도 이같은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나름대로 지도력에 확신을 갖게 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당직자는 『최근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등을 통해 이총재가 당 운영에 부쩍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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