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재벌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5대 그룹이 대규모사업교환(빅딜)을 포함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융제재를 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사실상 금융당국에 의존했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도 기업들과 협의해 새로운 워크아웃 모델을 만드는 등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날 월례 기자간담회서 『5대 그룹이 눈에 보이는 개혁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은행을 통한 금융제재를 해야 한다』고 밝혀 재벌 구조조정에 대한 은행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재벌 구조조정 고삐 조인다 현대 대우 삼성 LG SK 등 5대 그룹의 주채권은행들은 15일 1·4분기 재무구조개선계획 이행여부에 대한 평가위원회를 열어 이행실적을 점검한 뒤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요구를 받은 그룹이 1개월간의 유예기간에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규여신 중단, 기존여신의 만기연장 중단 등 단계적인 제재를 내릴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상의 1·4분기 계획은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엄밀한 점검을 거쳐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문에 대해서는 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와 별도로 빅딜의 지연 등으로 정부·재계 간담회가 26일로 연기된 것을 감안해 재벌 그룹의 구조조정을 앞당기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워크아웃에 주도적 참여 시중은행들은 워크아웃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당국에 의존하던 자세에서 탈피,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우선 한빛은행은 15일 5대 그룹을 포함해 금융기관 여신 2,500억원이상 57개 그룹의 구조조정팀 관계자들을 초청, 기업구조조정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벽산·갑을·동아건설 회장 등도 참석하며, 기업구조조정의 바람직한 방향 및 전략 등이 중점 논의될 예정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이 주도해 왔던 기업구조조정을 은행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해 보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준비했다』며 『종전 채무구조조정 위주로 만들어졌던 워크아웃 플랜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여건에 맞는, 다양한 구조조정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며 『이는 제2단계 기업구조조정의 시작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빛은행은 57개 그룹중 24개 그룹과 주채권 관계를 맺고 있어 이번 시도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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