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양형 가상실험을 해본 결과 피고인의 형량이 판사마다 들쭉날쭉인 것으로 드러나 형평성과 공정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대법원은 최근 전국 법원의 형사사건 담당 판사들을 대상으로 양형사례 설문조사를 벌였다. 대법원은 모두 117명의 판사에게 85개의 가상 범죄사례를 준뒤 양형을 요구했고 이에 26명의 판사가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판사들은 혼수와 시부모 봉양문제로 갈등을 빚다 아내를 살해한 남편에게 무기징역부터 징역5년까지 서로 다른 형량을 선고했다. 무기징역은 8명, 징역15년이 15명, 징역12~10년은 8명, 징역7년이 5명, 징역5년은 1명이었다. 아파트재개발사업 허가와 관련, 편의를 제공해주고 1억원의 뇌물을 받은 구청장에 대해서는 징역10년부터 징역1년6월까지가 선고됐다. 특히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이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마약혐의로 기소된 경우에는 무기징역부터 징역10월까지 편차가 많았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자 동생의 주민등록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동생 명의로 운전면허증을 다시 받아 택시기사로 취업한 경우에는 징역7년부터 집행유예까지 선고되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대해 『실험 사례들은 가능한한 간략하게 제시된 것으로 보는 관점과 기재되지 않은 구체적인 사항에 따라 양형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며 『설문조사도 이러한 양형편차를 전제로 작성된 것이며 수많은 양형요인들이 나타나는 실제 재판에선 이처럼 심한 양형편차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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