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현재까지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당론이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해 후반기 국민회의가 자체 정치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소속 의원 및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0% 가까이가 소선거구제 지지였다. 그러나 영입파 의원들이 늘어나고 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중진들이 중·대선거구제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선거구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가장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는 곳은 수도권. 대체로 지명도가 낮은 초·재선 의원들이 소선거구제 고수를 주장하고 있고 3선이상 다선 그룹들은 중·대선거구제를 추진하자는 쪽이다. 일단 수적으로는 소선거구제가 우세한 셈이다. 다만 김영배(金令培·5선)총재권한대행과 안동선(安東善·3선) 8인정치개혁특위공동위원장이 중·대선거구제에 적극적이고 신임 손세일(孫世一)총무도 중·대선거구제 선호로 알려져 세력면에선 만만치 않다.
같은 수도권이라고 하더라도 영입파 의원들은 좀 더 미묘하다. 수도권 영입파 다선들은 물론 중·대선거구제 선호쪽이다. 자민련과의 연합공천을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선수에 따른 구분도 획일적인 것은 아니고 지역구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수도권 초·재선 사이에서도 중·대선거구제 얘기가 나오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공천=당선」인 호남지역에선 아무래도 소선거구제 현상유지가 대세다. 다만 무안, 곡성·구례 등 인구감소로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지역이나 일부 다선 의원 지역에서 중·대선거구제 얘기와 함께 복수공천 허용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영철(張永喆)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영남 및 강원권 영입파들은 한결같이 중·대선거구제를 바라고 있고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 등 2000년 총선에 투입될 영남권 수혈대상도 중·대선거구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태성기자 tsgo@hk.co.kr
자민련 선거제도를 둘러싼 자민련의 흐름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중·대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 지지자간의 줄다리기가 치열한 가운데 소선거구제 선호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또 박태준(朴泰俊)총재와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등 지도부간에, 의원들의 출신 지역간에 선호 경향이 뚜렷하게 구별된다는 것.
한달전 조사에서는 소선거구제 보다는 중·대선거구제를 희망하는 의원들이 6대4 비율로 더 많았다. 그러나 최근 자민련 정치개혁특위가 전체의원 54명중 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소선거구제 선호자가 28명(58%)으로 중·대선거구제 지지자 20명(40%)보다 조금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는 김수석부총재를 비롯한 충청권의 내각제 강경파들이 유보적 답변을 해온 의원들을 접촉, 『소선거구제가 자민련에 유리하다』고 설득한 결과다.
김수석부총재는 최근 김종필(金鍾泌)총리와 박총재도 만나 소선거구제 고수를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김총리는 중·대선거구제를 전제로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김총리는 김수석부총재 등의 소선거구제 고수론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원 개인의 이해보다는 국가차원에서 돈안드는 선거제도를 찾아야 한다』며 『소선거구제에서 의원이 국정에 힘쓰기 보다는 지역구를 돌아다니는데 더 신경을 쓰는 풍토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등 중·대선거구제 선호 의사를 드러냈다.
출신 지역별로 보면 자민련의 텃밭인 충청권의 대다수 의원들은 소선거구제를 지지하지만 수도권·영남권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조금 더 많다. 자민련의 설문조사 결과 정당명부제에 대해서는 반대(32명)의견이 찬성(16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한나라당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잠정 결정해놓고 있으나, 소속의원의 절반 가량이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어 접점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당 정치개혁특위(위원장 변정일·邊精一의원)가 최근 소속의원 및 원외지구당위원장 253명을 상대로 한 선거구제 여론조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조사결과 응답자 145명중 소선거구제 74명, 중·대선거구제 71명으로 나왔다.
변위원장은 『대체로 수도권 의원들과 호남·충청권출신 원내외 위원장 등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기(李世基)의원 등 당내 비주류 중진 의원들은 당지도부의 소선거구제 고수방침에 맞서 중·대선거구제 관철을 위한 세 결집 움직임을 공공연히 외치고 나섰다.
특히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들은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내년 16대 총선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서울의 P의원은 『선거구제는 거취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소신을 굽히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고, 경기의 K의원은 『소선거구제가 유지될 경우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영남당화」를 꾀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절박성은 호남·충청권 의원 및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이 한층 더 하다. 호남출신의 전석홍(全錫洪·전국구)의원은 『소선거구제로는 (호남지역에서) 선거를 하나 마나』라고 말했다. 반면 영남권 의원들은 『현행 소선거구제로 당선이 용이하다』는 판단이다.
당지도부는 당내 분위기를 감안, 『선거구제는 여러가지 미묘한 문제가 있어 계속 논의할 수 있다』고 토를 달고 있지만, 당론이 중·대선거구제로 「급회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이총재의 핵심측근은 『이총재 입장에서는 중·대선거구제로 가야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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