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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은희경 두번째 창작집 `행복한 사람은...'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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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은희경 두번째 창작집 `행복한 사람은...' 펴내

입력
1999.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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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은희경(40)씨가 두번째 창작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창작과 비평사 발행)를 냈다. 95년 등단한 후 첫 창작집 「타인에게 말 걸기」를 낸 지 3년만이다. 작가는 그새 장편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도 냈다. 왕성한 작업을 그대로 알 수 있는 활발한 글쓰기다.7편의 작품이 실린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은 한 장의 사진으로 서로가 배다른 남매임을 알게 된 남녀를 통해 우리 시대의 결혼과 가족제도를 다룬다. 남자는 근친상간에 대한 통상적 생각을 보여주며 자살한다. 여자는 그런 사회적 통념에 굴하지 않고 그가 죽은 후에도 그에 대한 사랑을 다짐한다.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묘사, 왠지 모르게 냉소적이고 능청스러우면서도 속도감 있는 은희경 문체의 전형을 보여주는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은 작가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이 작품집의 백미. 유부남을 사랑하는 스물아홉 살의 여자가, 새 여자가 생겨 어머니와 이혼하려 하는 아버지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이야기다. 「이 세상이란 갑의 불행이 을의 행운을 가져다주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정도는 일찌감치 깨친」 그 주인공은 결국 혼자로 돌아간다.

파스테르나크의 말이라는 표제작의 제목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와, 「명백히 부도덕한 사랑」에 나오는 「중요한 것은 뒤돌아보지 않는 일이다」 같은 선언적 구절들은 은희경 소설문장의 핵심을 이룬다. 시계 안보고(행복하건 안하건), 뒤돌아보지 않는 90년대적 인간형들이 그의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전형화돼 있다.

『사람들은 네가 일부러 드러내놓고 다니는 줄 알아. 널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여자라고 하더라니까. 네 소설 주인공 같이 시건방지고 독하다고 말야』

은씨 소설에 대한 일감은 그의 자전소설 「서정시대」에 나오는 이 구절처럼 「냉소적」이고 「위악적」이고 「시건방지고 독한」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성공한 것이다. 독자가 소설의 화자를 작가와 동일시할 수 있을만큼, 작가가 글을 썼다면 그건 성공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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