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채권사기 혐의로 수배됐던 피의자가 검찰에 자수, 풀려난 뒤 현 여권 실력자의 측근인 정부산하 기관장을 상대로 또다시 수조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이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이 13일 밝혀졌다. 검찰은 이 피의자를 수배 당시 「소공동파 채권사기단의 두목」이라 발표했으나 자수 후 뚜렷한 이유 없이 곧바로 신병을 풀어준 것으로 확인됐다.D(대림자원)개발 대표 이모(69)씨는 97년 7월 중소기업체 사장 최모(55·여)씨에게 『미실명 채권 3조원어치를 갖고 있는데 5,000억원어치를 액면가의 65%에 팔겠다』고 속여 1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1월 서울지검 강력부에 지명수배했다.
이씨는 이후 지난 1월말 검찰에 자진출두, 불구속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등 2월까지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당시 담당검사는 『이씨가 자수한데다 「채권과 전주(錢主)는 실제로 있으니 진짜 채권을 확인하러 가자」고 요구하는 등 혐의를 완강히 부인, 보강수사할 필요가 있어 신병을 석방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 지난 3월 중순 모교회 목사(여)의 소개로 서울 K호텔에서 현 여권 실력자의 측근인 정부산하기관 이사장 A씨를 만나 『전주가 5억달러를 환전하고 비실명채권 5조원을 실명전환하려는데 가능하겠느냐』며 『성사되면 자금중 10~20%를 정부에 헌납하겠다』고 협조를 부탁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이씨는 그 자리에서 여권 실력자의 면책(免責)장과 보호까지 요구했으며 A씨는 그 대가로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자금 600억원을 요청했다.
이후 A씨는 이씨의 민원서류를 국무총리실 모조정관에게 직접 전달, 검토를 부탁하는 등 편의를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씨는 총리실측으로부터 『외국환을 원화로 환전할 경우 금융실명제에 따라 실명확인을 거쳐야 하며 면책은 안된다』는 통보를 받고 곧바로 행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근 이씨의 사기 행각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 이씨를 소개해준 목사를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씨는 면책장을 얻기위해 내게 접근했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자 전주와 상의해보겠다고 말한 뒤 자취를 감췄다』며 『민원신청서류 처리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것은 사실이지만 사례비를 받은 적은 없으며, 박대통령 기념관 건립문제 역시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나온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이씨가 최근 밖에서 벌인 행각은 잘 알지 못한다』며 『오는 15일 검찰에 출두토록 소환,통보했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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