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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이 떠맡게 된 부실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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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이 떠맡게 된 부실연금

입력
1999.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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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만여 공무원들이 월급에서 일정액을 불입해 퇴직후 받게 되는 연금의 재원인 공무원연금이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1조4,000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3조1,000억원, 내년에 1조500억원 등 2000년까지 모두 6조원 가까운 적자가 예상돼 공무원퇴직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부터 공무원퇴직자의 연금수령액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퇴직시 월급에서 적립한 돈마저 못받는게 아니냐는 최악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연금재정이 악화한 것은 지난해 정부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했고 올부터는 교육공무원 정년단축으로 무더기 퇴직사태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96년 2조4,321억원, 97년 2조8,076억원이던 퇴직금 및 연금지급 총액이 98년에는 4조9,07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97년까지 전체공무원의 3.5%선이었던 연간 퇴직자수가 지난해는 5.7%인 5만4,900명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올부터 교육공무원 정년단축까지 겹쳐 전체공무원의 8.2%인 7만5,452명이 퇴직하게 된다. 김대중대통령은 12일 이해찬교육부장관으로부터 교육계의 분위기를 보고받고 연금추가 비용을 예산으로 확보해 정년 또는 명예퇴직하는 교육공무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시민단체들은 연금추가비용을 국민에게 떠 넘기는 것은 공무원의 조직적인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조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공무원 연금적자를 정부예산 즉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연금의 방만한 관리 등이 이미 여러차례 지적됐고, 아직도 문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가피하게 늘어난 부담을 국민세금으로 해결할 생각을 하지 말고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해 일부라도 조달하려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현행 연금제도는 퇴직금 급여수준에 비해 비용부담이 적어 원초적으로 수지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의 7~11배나 되는 급여를 지급하고도 보험재정이 온전하리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또 연금제도가 만들어진 60년대의 한국인 평균수명은 65세가량으로 공무원퇴직후 대략 5~7년 연금을 수령했으나 올해엔 평균수명이 73.5세로 길어져 연금지급액 부담이 그만큼 늘어났다.

공직에서 퇴직하고 국영기업체에 재취업했을 경우 월급과 연금을 이중으로 받는 불합리성도 개선돼야 한다.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무원연금의 민영화도 개혁차원에서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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