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 수행평가가 숙제평가로 전락하고 있다.전국 중·고교는 수행평가가 적용되는 고1이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 새학기부터 학습태도, 학습자료준비, 과제물 등 다양한 평가 항목을 정해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과목당 100∼30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학습태도 등을 일일이 점검하기 힘들자 교사들이 공정성시비 등 말썽의 소지가 적은 숙제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로인해 학생들은 독서나 취미 혹은 관심분야에 대한 집중탐구 등 수행평가 시행 목적과는 달리 보통 밤 11∼12시까지 숙제에만 매달려 파김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Y중 2학년 최모(14·서울 서대문구 홍제동)군은 『지난해보다 숙제가 2배이상 늘어났다』며 『밤 12시까지 해도 숙제를 다 못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 등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하기 힘든 숙제들도 많다. 「한일 어업협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인간 등 복제기술 어디까지 왔나」 「스타크래프트 게임 열기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등 각종 시사문제는 물론 「부모님 직장 방문후 소감문 써오기」 「조상묘 찾아 사진 찍어오고 감상문 써오기」 등을 숙제로 내주는 학교도 있다.
중1 아들과 중3 딸을 두고 있는 정모(41·여·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애들 숙제 때문에 저녁이면 신문이나 백과사전을 뒤지고 주말이면 문화유적지나 공연장 등을 찾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중2 딸을 둔 김모(39·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미국에서도 살아봤지만 아이들을 혹사시키는 숙제로 수행평가를 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럴바엔 차라리 과거처럼 시험으로 평가를 하는 편이 더 낫겠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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