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태 '바보각시-사랑의 형식' -절망과 혼돈의 무대에 테크노가, 때로는 전통의 소리가 가세한다.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바보각시_사랑의 형식」은 온갖 것들이 뒤엉킨 이 시대, 화해와 희망의 가능성을 묻는 연극이다.
도시의 기층 인간들이 죄 모여드는 어느 빈민촌 포장마차 대열에 모자라는 각시가 끼어든다. 어떻게든 발 붙여 보려 살려던 각시는 먹이가 된다. 교주, 실직청년, 우국청년, 취객, 앵벌이…. 『내 아이는 아니다』며 모두 오리발 내밀고, 각시는 결국 자살한다. 그러나 몸에서는 사랑의 상징 「미륵」이 태어난다.
배우가 조종하는 각시 인형과 배우의 실연이 함께 펼치는 시각적 효과가 독특하다. 피리와 구음 등 전통 음악적 요소덕에 듣는 재미도 다. 도시의 정서로 둔갑한 전통 연희 양식, 「포스트모더니즘적 복합극」이다.
이번 연극에는 작품의 완성을 향한 작·연출자 이윤택씨의 고집이 담겨 있다. 93년 서울 부산 일본 등지에서 초연돼, 『절망적이다』, 『참신하다』는 등 격렬했던 찬반 양론에 대한 6년만의 곰삭은 답변. 초연 당시 때마침 종말론이 빚은 사회적 물의와 맞물려, 의혹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던 얄궂은 사연이 숨어 있다.
음악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꽃잎」, 「아름다운 시절」등 영화음악 작곡으로 성가를 높인 젊은 작곡가 원일(32)씨가 음악을 맡았다. 「맹인가수의 노래」(포크)에서 「입술이 외로운 여자」(펑키_테크노)까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어법을 망라한 모두 4편의 창작곡이 신선하다. 『혼돈과 절망의 블랙홀로서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작곡의 변이다.
이윤택씨는 『「어머니」가 대중극이라면, 「바보 각시」는 소극장의 언더그라운드 실험극』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부산 가마골 소속 배우 11명이 만들어 가는 이번 극에서는 지방 사투리가 그대로 배어 나온다. 18~5월 3일 문예회관 소극장. 월~목 7시 30분, 금~일 4시 30분, 7시 30분. (02)763_1268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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