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다가구 주택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요청을 받고 이웃 다가구 주택들을 돌아봤지요. 한마디로 삶의 공간이 아니더군요. 4~6개 방들이 복도를 중심으로 닥지닥지 붙어 있어 꼭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이었어요. 문을 열면 바로 거실과 싱크대, 화장실이 보이고 한쪽 면에만 난 창은 어둡기 짝이 없더군요. 정신적 문제까지 발생할 것 같더라구요』우후죽순처럼 다가구 주택들이 뻗어나가던 98년 봄 경기 용인시 한 주택가. 건축가 조병수씨는 연 200평 면적에 19가구의 원룸 주택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물론 건축주의 관심사는 경제적 효율성이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 넓은 공간」을 가진 집을 지어달라는 건축주 요구에 조병수씨가 세운 원칙은 다음 세가지.
첫째, 복도의 외부공간화였다. 『철과 목재로 구성된 옥외복도를 설치, 마당과 각 가구를 연결시키는 통로가 되면서 동시에 개인적 독립공간을 유지하도록 했지요』 조씨는 복도를 외부로 끌어내 방 앞 뒤로 창을 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 환기와 채광 문제도 저절로 해결할 수 있었다. 철 파이프 기둥이 복도의 지지 역할을 하도록 했다.
둘째, 옥외 복도에 설치한 목재 프레임. 『적당히 들여다 보이는 공간이 되도록 했지요. 남동쪽에 설치한 프레임이 여름엔 햇볕을 차단하고 겨울엔 햇볕을 깊게 들게하는 일종의 추녀 역할을 한 셈이지요』 프레임은 원룸 주택 공간의 개방화에도 기여했다. 집안에선 바깥 풍경을 얼핏 볼 수 있고, 길에선 집안이 슬쩍 보이게 한 공간을 만들어 자칫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원룸 주택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셋째, 건물을 가리는 노출 콘크리트 벽의 설치. 길쪽으로 벽체를 두어 마당을 감싸고 계단을 올라간 후 다시 지나온 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나무가 심어진 마당 덕에 이웃끼리 교류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원칙으로 2, 3층에 각 8세대(7평짜리), 1층에 3세대(15평짜리)를 건축할 수 있었다. 조씨는 『불필요한 기둥이나 보를 없애 평당 250만원이던 공사비를 210만원선으로 낮출 수 있었다』면서 『이 프로젝트에서 건진 큰 성과는 기존의 원룸 주택에서 느꼈던 진부함을 없앴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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