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볼거리.들을거리, 낯설음보단 혼란스러움 -극단 「연우무대」의 「머리통 상해사건」은 내용에서, 또 형식에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사회적 메시지의 직접적 표출을 주조로 해 왔던 「연우무대」의 무대에 비춰 본다면 낯설다. 그 낯설음은 많은 볼거리, 들을거리로 혼란스럽다.
이발하다 두피를 베인 하잘 것 없는 사건, 은밀하기까지 한 이 사건이 증폭돼 일거에 공적 공간으로 옮겨지는 과정에 극은 현미경을 들이댄다. 개인적 의사소통 구조까지 교묘히 잠식돼 가는 지금, 사적 영역은 온존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탐구다. 권력과 매스컴의 호들갑은 억압의 기제로서 야유당한다.
극작가 박상현은 이극을 가리켜 『음침한가 하면서도 우울하고, 잔혹하듯 말 듯하다 슬퍼지고, 그러다 기묘하게 멜로드라마의 길로 빠진다』고 했다. 웃기고, 가볍고, 잔혹하고, 때로는 순정물 같아지는 이 극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다. 같은 이유로, 극은 오독의 가능성마저 있다.
무대 바로 뒤, 망사막을 쳐 놓고 연주되는 일련의 록음악에는 소재주의의 위험이 도사린다. 오지 오스본(하드록), 게리 무어(블루스)의 음악이 꼭 필요한가? 실제로, 곡이 끝나면 상당수 관객이 박수를 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풍경도 벌어진다. 너무 많은 것을 먹이려 할 때, 관객은 소화불량에 걸린다.
공격의 대상이 모호해진 이제, 연우는 어디로 갈 것인가? 『흩어지면 죽는』 시대는 갔다. 극단은 연우소극장의 재공연 무대에서는 창작곡을 다수 배치, 메시지를 보다 선명히 드러낸다는 계획이다.
연출자 김종연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적공간의 침해 양태에 더 비중을 둘 작정』이라고 말했다. 코러스의 마임과 무용을 어떻게 정제할 것인 지도 남겨진 숙제다.
「머리통…」은 그러므로 여전히 제작중이다. 이것은 연극만의 특권이다. 16일까지 문예회관소극장. (02)744_709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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