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당초 아시아 최강을 자처한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의 16강 전략은 「말리를 잡고 포르투갈과 비기는 것」이었다. 각조 대진표가 확정된 지난달 초 조영증감독을 비롯한 축구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보다 더좋을 순 없다』며 16강진출을 호언장담했다. 한술 더 떠 8강에 4강 진출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결과는 황당했다. 참패의 가장 큰 이유는 「우물안 개구리」임이 드러난 국제정보의 부재. 막연히 지역예선에서 턱걸이로 본선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말리를 최약체로 평가했는가 하면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루과이를 「넘을 수 없는 벽」으로 과대포장했다.
미리 각국에 기술위원들을 파견하고 전력탐색에 신경을 썼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개인기등 기술부족은 한국축구의 태생적인 한계다. 그럼에도 한국은 체력과 조직력으로 한계를 극복해왔고 멕시코 4강신화(83년)도 이뤄냈다.
그러나 이번 대회 포르투갈전에서 드러났듯 체력에서도 역부족이었고 스타플레이어 위주의 작전에 치우치다 보니 조직력도 와해되는 등 그야말로 한국축구의 밑천이 드러났다. 정교한 세트플레이가 한번도 눈에 띄지 않았고 체력안배와 용병 실패 등 코칭스태프의 경기운영 능력도 낙제점이었다.
특히 아시아선수권서 한국에 두차례나 패해 한수아래로 여겼던 일본이 E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것은 한국축구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한 대목이다.
청소년대표팀은 귀국하는 즉시 해산하겠지만 그것으로 끝이 되서는 안된다. 이번 실패를 교훈삼아 2002년 월드컵, 나아가 21세기 한국축구를 위한 재도전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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