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진다. 내년말이면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 선진국처럼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차별과 제한없이 달러를 사고 팔고, 또 해외로 보내거나 국내로 갖고 들어올 수 있게 된다. 2000년말 외환거래 완전자유화 일정은 이미 제시된 바 있지만 1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제금융시장 「큰손중의 큰손」인 외국 연·기금 투자가들 앞에서 외환자유화를 공약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제 국경없는 자본이동의 큰 물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달라지는 개인생활 1인당 1만달러로 묶여 있는 해외여행경비한도가 완전 폐지된다. 해외유학자녀등에 대한 증여송금도 5,000달러 규제가 풀어진다. 1년이상 해외체재시 정착비조로 지금은 5만달러(유학생 2만달러)까지만 갖고 나갈 수 있지만 이런 제한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해외이주비로 4인가족이 100만달러(세대주 40만달러, 세대원 1인당 20만달러)밖에 반출할 수 없지만 더이상 금액규제가 사라져 해외이민도 좀더 수월해질 것이다. 연간 100만달러로 제한되고 있는 해외동포의 국내부동산 매각대금 반출한도도 폐지돼 예를 들어 재미교포가 본인명의의 국내부동산을 500만달러에 처분했더라도 더이상 100만달러씩 5년에 나눠 돈을 갖고나가는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해외자산투자의 길도 열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떳떳하게 외국의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고 예금도 할 수 있다. 드문 경우이겠지만 국내에 있는 「홍길동」이 미국뉴욕에 있는 외국계은행 본점에서 돈을 빌릴 수도 있다. 목적이 분명하고 자금출처만 뚜렷하다면 국내외를 오가며 자신의 돈을 얼마든지 쓰고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규제는 풀지만 감독은 남는다 돈의 이동이 자유롭다고해서 「색깔」까지 묵인하는 것은 아니다. 마약 도박 범죄 돈세탁등 「검은 돈」은 여전히 엄격한 규제대상이다. 또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금융기관 자산운용의 기간불일치(미스매치:단기조달 장기운용)같은 건전성감독이나, 급격한 외자유출입으로 국민경제가 혼돈상황에 치달을 경우를 대비한 안전조치(세이프가드:가변예치제 긴급거래정지등)는 2000년이후에도 여전히 작동한다.
재산해외도피를 막기 위한 국세청 통보제도도 그대로 남는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미국도 거액외환거래는 세무당국에 자동통보된다』며 『건전한 외환거래육성을 위한 감독체계는 그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펀더멘틀(경제기초) 엄청난 자금이 몰려오고 또 엄청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외국인의 국내자금조달도 완전 자유화해 태국 홍콩등이 겪었던 헤지펀드의 「위험한 장난」도 예상된다.
문제는 이런 충격들을 어떻게 흡수하느냐는 점. 재경부당국자는 『더이상 자본이동을 제도로 막을 수는 없다. 외환자유화가 기회가 될지, 독약이 될지는 결국 우리경제의 펀더멘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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