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하오4시 KBS TV스튜디오. 성우 한수경씨가 고양이 인형극 대본을 읽고 있다. 곧 바로 신동인PD의 큐 사인이 났다. 방송사에 또 하나의 대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KBS 1TV의 유아교육 프로그램 「TV유치원 하나, 둘, 셋」 5,000회 방송분 녹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5,000회 기록은 MBC「뽀뽀뽀」에 이어 두번째.
82년 9월 20일 첫 방송을 내보낸 「TV유치원…」(월~토요일)은 그동안 단 한차례의 중단 없이 12일 5,000회를 방영했다. 외국 유아교육 프로그램이 우리의 안방을 점령하고 시청률 지상주의가 유일한 미덕이 돼버린 방송 환경. 그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유아들의 친구가 되고, 엄마들의 자녀교육 지침서 역할을 했다.
이 프로는 유치원이 보편화하지 않았던 당시 TV를 통해 유치원을 졸업시킨다는 교육적 취지에서 출발했다. 당초 미국 인기 유아 프로「세서미 스트리트」를 참고로 탄생했다. 하지만 해외촬영이나 외국 캐릭터를 배제했다. 「깡깡총 체조」같은 고유 코너나 토종 캐릭터인 「사이버 탤런트 팡팡」개발 등을 통해 유아들에게 우리 고유 정서를 심어주려 노력했다.
17년 7개월 방송되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5~6세때 첫 방송을 본 아이들은 23~24세의 성인이 됐다. 초대 PD를 맡았던 이청용씨는 고인이 됐고 수십명의 PD가 이 프로를 거쳐갔다. 또한 진행자인 「하나언니」 는 초대 신혜원씨를 비롯해 박설희, 권금상, 이현경에서 최근 최은주까지 18명. 5,000회부터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재학중인 이인혜양이 하나 언니를 맡는다. 2대 하나언니 박설희씨는 결혼으로 이 프로를 떠났다가 아이 어머니가 돼 다시 하나언니를 맡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5,000회 동안 자리를 떠나지않고 지키는 사람도 있다. 바로 동요·안무지도를 하고 있는 김방옥(60)씨와 성우 한수경(46) 김정애(43)씨. 이들은 날새기 하며 제작한 첫 방송을 잊을 수 없다며 이같이 장기 프로그램으로 남을 줄 몰랐다고 했다.
김방옥씨는 『마흔셋에 시작한 프로를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하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해요. 어린이들이 이 프로를 보면서 즐거워 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스튜디오에서 가진 조촐한 5,000회 자축연에 모인 40여명의 제작진들은 외국 프로에 비해 제작비, 제작시스템, 제작환경이 열악하지만 「TV유치원…」가 1만회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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