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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세기의 인물 깊고 넓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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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세기의 인물 깊고 넓게 읽기

입력
1999.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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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사로 잡았던 인물의 전기를 읽는 것은 적지 않게 즐거운 일이다. 위인 또는 악인의 일대기는 단순한 인물기 이상이며 기록물과 또 다른 독서의 재미도 얻을 수도 있다.아인슈타인이 없는 물리학을, 프로이트가 없는 심리학을 가르치라고 한 사람이 있었다. 세리의 아들로 태어나 히피처럼 청년기를 보내다 탁월한 연설능력과 야심으로 독일을 한 손에 거머쥔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다.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켜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이 광기의 인물을 다룬 연구서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히틀러의 정신분석(원제: The Mind of Adolf Hitler)」만큼 내밀하게 히틀러를 드러내주는 책도 드물다.

책은 운명부터 흥미롭다. 지은이인 정신분석가 랑거는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사무국(OSS)으로부터 히틀러의 정신분석을 의뢰받았다. 히틀러의 심리를 파악해 전쟁에 대응하려는 목적이었다. 랑거는 3년에 걸쳐 히틀러의 과거사에 얽힌 기록과 저서 및 연설문을 살피고, 또 히틀러를 만났던 사람들을 면담했다. 그래서 작성된 보고서가 이 책이다.

히틀러는 고기와 맥주를 싫어했다. 무의식적 상징 분석에 따르면 고기는 대변, 맥주는 소변과 동의어. 히틀러는 고기와 맥주를 싫어한만큼 대변을 먹고, 소변을 마시려는 정신병적인 경향에 시달렸을 것으로 랑거는 분석한다. 젊은 여자들이 자신의 머리에 대변을 보게 하고 히틀러가 즐거워했다는 이야기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랑거는 책에서 히틀러가 가졌던 과대망상적인 믿음, 동료들이 알고 있는 히틀러의 장·단점을 자세하게 정리했다. 그를 통해 히틀러의 성장사와 심리를 분석하고 또 행동을 예측했다. 랑거의 결론은 히틀러는 「정신분열증에 근접한 신경증 환자」라는 것. 또 심리상태로 미루어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정확한」 예측도 나온다. 이 놀랄만한 보고서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30년 가까이 비밀문서로 분류되어 있다가 70년대에야 공개됐다. 아직도 히틀러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번역된 독일 사회학자 엘리아스의 「모차르트_한 천재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은 모차르트가 「사회가 만들어낸 천재」라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모차르트는 위대한 음악가가 궁정의 과자 제조공이나 요리사 또는 시종과 다를 바 없던 시대의 사람. 엘리아스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예술가가 자유롭게 옮겨다닐 수 있는 사회 여건, 또 당시 귀족의 고루한 관습이나 음악관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생겨난 반항정신 등이 천재 모차르트를 만들었다고 결론내린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느낄 수 있는 「악동」의 모습은 반항 정신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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