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하라 마모루(池原衛)가 쓴 책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을 읽었다.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하고 있어 한국인들에게 자극제가 된다면 무척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면서도 과연 그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석연치 않았다. 비판은 외부인(outsider)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내부인(insider)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이케하라씨의 글은 내부인만이 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는 외부인이면서 내부인으로 위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째 이케하라씨는 26년동안 한국에 살아 누구보다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잘 안다지만 그가 먹을 수 있는 한국음식은 밥과 김(일본음식도 된다)뿐이고 매운 음식은 전혀 못 먹는다고 한다. 인류학자들이 다른 문화를 접할 때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이 음식이다. 그 나라 음식을 먹지 못하면 이방인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그 나라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체질상 매운 음식을 못 먹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식습관으로 보면 이케하라씨는 외부인이다.
둘째 이케하라씨는 돈벌이가 아니라 한국이 좋아서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운전도 못하고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타면 옆자리의 한국인들이 일본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까봐 이용하지 못하고 운전사를 고용하고 있다. 또한 그는 한국의 유명 연예인 정치인 언론인들과 상당한 친분관계가 있다는 것을 은근히 비치고 있다. 따라서 이케하라씨는 한국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사는 상류층 인사는 아닌가 궁금하다. 그가 비판하는 많은 부분이 지난 30여년 지속된 군사독재정권과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볼 때 한국사회의 문제는 바로 상류층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상류층과 친분을 맺고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직접적인 이득을 받은 사람일 수도 있는 그가 한국인 전체를 혹독하게 비판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 한국사회에 대해서는 따갑게 비판을 하면서도 한·일관계는 구렁이 담넘어가듯 슬쩍 넘어갔다. 그는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못살기 때문이며 일본을 앞설 때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리고 양국의 경제력을 비교, 한국은 일본에 약 100년 뒤졌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대로라면 일본을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한국에서 반일감정이 어떻게 사라지겠는가.
일본이 한국보다 100년 앞섰다면 그 주요원인의 하나는 바로 한국의 식민지화이다. 한국의 노동력 천연자원 등은 일본의 경제발전과 회생에 원동력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그는 한국이 식민지화로 얻은 이득도 있다는 식민사관도 은근히 비치고 있다. 한국의 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해 건설한 철도 도로 다리 공장들을 한국이 지금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도 한국사회는 그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21세기의 한국사회는 비판적 시각으로 현재의 모순을 개선할 때 비전이 있다.
/장태한 미 UC리버사이드대 소수민족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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