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총리는 12일 자민련을 찾아 내각제 추진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합당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자민련 명예총재인 김총리는 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 중단」을 합의한 배경을 설명하고 당 관계자들을 다독거리기 위해 친정을 찾았다. 김총리는 이날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자민련 주요당직자·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당의 진로에 대해 일장 훈시를 했다.김총리는 먼저 『의원들은 헌법기관이므로 얼마든지 본인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면서도 『당을 함께 한 최초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정치적으로 함께 하자』며 단합을 주문했다. 이어 『우리당은 국민회의와 공조를 하지만 자민련은 자민련』이라며 『합당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은 발상』이라고 합당론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청와대회동에서 합당론을 꺼낸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을 추궁한 일화와 과거 3당합당의 경험을 거론하면서 『합당 얘기가 안나오도록 해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김총리는 『그래도 합당 운운하는 사람은 이 당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못박았다.
김총리는 내각제문제로 화제를 바꿔서 『8월까지 내각제 얘기를 해서 부작용을 자초하지 말아주기를 부탁한다』고 내각제 논의 유보를 주문했다. 그는 대신 『양당간 합의는 조금도 변질될 이유가 없다』고 연내 내각제 개헌 약속이 유효함을 시사한 뒤 『다만 시기적으로 먼저 할 일을 위하여 8월까지 논의를 중단하자는 제의를 내가 했다』고 소개했다. 김총리는 그러나 개헌시기를 연내로 분명히 못박는 더이상의 분명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영문 표현을 써가며 「우리는 변치 않고 남아있기 위해 변해야 한다(We must change to remain the same.)고 강조했다. 김총리는 『무엇이든 당의 명령에 충실히 복종하겠다』며 「당명(黨命)복종론」을 다시 강조했으며 『총재님을 잘 모셔달라』며 박태준(朴泰俊)총재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내각제 온건론자들은 『김총리가 메모까지 하고 와서 내각제추진과 합당 반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내각제 강경파들은 김총리의 내각제 발언 강도가 기대에 못미친다고 판단한 듯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인구(李麟求)부총재는 『총리께서 뭔가 귀신에 홀린 것 같다』고 말했고, 이완구(李完九) 오장섭(吳長燮)의원 등은 『난해하더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칠환(金七煥)의원은 『헌법기관인데 내각제 얘기를 못꺼낼 이유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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