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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영국여왕 맞을 전통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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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영국여왕 맞을 전통마을

입력
1999.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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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과 안동 하회마을은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을 맞을 채비가 한창이다. 이 마을들은 이번 빈객(賓客)의 방문이 우리의 대표적 전통마을인 두 지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로 가득차 있다. 여왕이 20일 방문할 예정인 인사동은 마침 10, 11일 「일요일 차 없는 거리」 2주년을 기념하는 인사동 전통문화축제가 열려 일찍부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여왕은 인사동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필방, 화방, 도자기점 등에 들를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왕은 대사관을 통해 『하회마을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전해왔다고 한다. 인사동과 하회마을이 외국에까지 알려진 전통마을이며, 여왕의 방문이 이 마을들을 더욱 유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반갑다. 그러나 두 마을은 현재 전통마을로서 문제점이 있고, 여왕의 방문을 계기로 이 문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문화 마을이라고는 하나 인사동에서는 이제 역사와 전통의 향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길가 가게에 진열된 문방사우나 그림, 도자기, 고서적 외에 유서 깊은 거리의 품격을 찾기 힘들다.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은 평일에는 2,000명, 주말에는 1만명까지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인사동의 전통 고가(古家)는 모두 헐려 무표정한 현대식 건물로 바뀌었고, 안국동 로터리의 작은 쉼터 외에는 잠깐 다리를 쉬어갈 공원이나 벤치조차 없다. 2년전부터 인사전통문화보존회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인사동문화특구 지정이 빨리 성사되어, 유서 깊은 문화거리로서 특징 있는 모습을 찾아가야 한다.

하회탈과 하회별신굿, 강이 휘돌아 가는 자연경관, 우리 최고의 반촌(班村)문화를 거느린 하회도 근년 들어 급속히 상업화하고 있다. 큰 주차장이 들어서고 많은 민가가 민박·음식집으로 바뀌면서 자칫 값싼 민속촌이나 유원지처럼 될 우려가 있는데, 여왕의 방문으로 이런 경향이 가속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여왕의 방문이 알려진 후 하회에는 평소 관광객의 3~4배나 되는 하루 1만여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고, 외국인도 500여명이 찾아오고 있다. 현대적 접객시설이 적은 하회로서는 감당키 어렵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관광철을 맞아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올 경우 하회마을은 시장바닥처럼 될 지도 모른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에 대비해서 인근에 새로운 접객시설을 마련하는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회로서 더 중요한 것은 전통마을다운 품격을 유지하여, 미래에도 생명력 있는 마을을 가꾸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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