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정치인을 압박하기 위해 개인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던 때가 있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바로 얼마전까지 그런 일이 있었다. 사생활과 관련된 스캔들이나 약점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정권이 압박을 가해도 당당하게 방어할 수 없고, 결국 정권의 의도대로 고분고분 말을 듣게 된다. 지금 여의도 의사당에 앉아 있는 의원들중엔 그런 「피해자」들이 더러 있다.■정치인도 사람인 만큼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매사를 공자님처럼 살 수 없으며, 남이 안 보는데서 도덕과 거리가 먼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나쁜 정권」은 은밀하게 중요인사들의 사생활을 조사한다. 불법감청, 미행을 하기도 하고, 단골 술집 심지어 승용차 안에까지 도청장치를 해 자료를 수집한다. 첩보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다. 과거 안기부 등에는 그런 일들을 하는 전문팀이 있었다. 문민정부 초기 『우리는 그런 짓 안한다』면서 팀을 해체했다고 들린다.
■야당만 그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권력자들은 여권내에도 정권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신변을 스크린해야 할 사람들이 꽤 있다고 본 모양이다. 그래선지 지금도 고위직 인사들이나 주요 기관 관계자들은 전화 거는 일에 신경을 쓰고, 술집이나 밥집 등에서도 말을 아낀다. 과거의 그런 자료들, 정치인의 스캔들 뭉치가 아직도 어디엔가 온존하게 보관돼 있을지도 모른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어떤 정치인의 스캔들이 시중에 슬그머니 나돌다가 어느날 불쑥 그 장본인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을 사람들은 봤을 것이다. 바로 그런 인과관계에 의해 빚어진 일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것,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그래서 도청 불법감청 등은 반문명적인 행위로 규탄받는다. 지금은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일이 있다면 우리는 반문명국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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