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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이상호 논설위원)

입력
1999.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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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찬양하자」 지난달 17일 일본신문들은 일제히 이같은 제목의 광고를 2개면에 걸쳐서 실었다. 적극적으로 장기불황을 헤쳐나가자, 주눅들지 말자, 일본의 장점을 살리자는 내용이다. 한면에는 패전후 7년간 총리로서 일본경제 부흥을 이끈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의 사진을 싣고 있다. 소니, 도요타등 일본을 대표하는 59개 기업이 협찬한 이 광고는 빨간색으로 인쇄돼 있어 마치 격문(檄文)같다. 이 광고가 실린 날 일본신문의 1면 톱은 「뉴욕증시 1만포인트 돌파」였다.「일본이 최고다」(Japan as No.1) 10년전만해도 일본이 승자였다. 일본기업들은 미국의 상징이라고 할만한 뉴욕 록펠러센터와 헐리우드 영화사를 사들였다. 그러나 지금 록펠러센터를 손에 넣었던 미쓰비시그룹은 어려움에 빠져 있고, 세계 6위인 닛산자동차는 사실상 프랑스의 르노에 편입됐다. 실업률은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마침내 일본주식회사의 「사내보」(社內報)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과 미국 경제가 10년사이에 역전됐다』고 썼다.

반면 미국은 9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플레 없는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신경제」라고 불리울 정도다. 미국과 일본이 역전된 것은 개혁과 규제의 차이 때문이다. 미국은 새로운 것을 찾아 부단히 노력한 반면 일본은 낡은 것을 버리지 못했다.

IMF체제에 진입한지 1년반, 개혁을 서두른지 1년여 동안 우리는 무엇을 바꿨나.『3율(率) 3외(外) 3변(變)은 현저하게 개선됐다. 3위(危) 3해(害)가 문제다』 얼마전 홍콩의 유력 경제지 신보(信報)는 한국경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3율은 환율·이자율·통화증가율, 3외는 대외무역·외환보유고·외국인투자, 3변은 은행·민간기업·국영기업의 변화를 말한다. 3위는 저성장·외채· 부실채권 위기, 3해는 실업·지역갈등·부패다. 신보는 특히 3해가 한국정부의 개혁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해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우리 경제를 보면 두가지가 우려된다. 하나는 통계수치의 마력에 또다시 함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민·관 경제연구소들은 소비·수출· 투자가 회복되고 있고, 부동산 경기도 꿈틀거리고 있다며 일제히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2%대에서 4% 내외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환란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97년말 IMF행 직전에도 각종 경제지표는 좋았다. 6∼7% 수준의 성장률, 4%대의 물가상승률, 완전고용에 가까운 2%대의 실업률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기초여건(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며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결과는 몰락이었다. 모두가 1년여만에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 것 같다.

개혁순서도 잘못됐다. 정부는 IMF체제 진입후 기업·금융·노동·공공등 4대 부문 개혁을 강조했는데, 어느것 하나 제대로 마무리된 것이 없다. 개혁방향을 제시하고 앞장서 나가야할 세력들이 오히려 개혁을 지연시키거나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및 정부부문이 그들이다. 정부조직개편, 협동조합 통폐합, 재·보선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부문이 제일 뒤떨어진채 다른 부문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에게는 개혁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은 선택정도로 여기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서로 힘을 모우고 짐을 나누어지려고 하는 이때 개혁의 노력이 몇몇 집단의 이기주의로 발목 잡히고, 일부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언행으로 여전히 국민들에게서 외면당한다면, 우리는 오늘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정진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부활절 메시지에서 경고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몇몇 경제지표 개선에 기뻐할 것이 아니라 과연 본격적인 개혁이 이루어져 재도약의 토대가 마련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토대가 부실하다면 아무리 수치가 희망적이어도 경제가 좋아질리 없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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