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이 한국을 다녀 간 것은 우리 외교가 비동맹, 제3세계로 그 지평을 착실하게 넓혀가고 있음을 말해 주는 단초라고 할수 있다. 이집트는 나세르대통령 정부이래 전통적으로 친 북한노선을 추구해 온 비동맹, 제3세계 국가군의 지도국이다. 이집트가 자랑하는 기념비적 건물 가운데는 「10월전쟁기념관」이 있다. 수도 카이로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이 건물은 73년 10월전쟁 승전을 기념하는 조형물인데, 김일성이 그 건물을 지어 기증했을 정도로 북한_이집트관계는 돈독했다.북한과 이런 관계에 있는 이집트의 대통령이 한국을 공식방문한 것은 우리의 비동맹외교, 대중동외교, 나아가 제3세계 외교의 신장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무바라크대통령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김대중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북메신저 역할을 기꺼이 수행할 뜻을 밝혔다. 이미 무바라크대통령은 우리정부의 요청으로 대북포용정책이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김정일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북한의 반응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확한 내용은 당장 알길이 없지만, 진지한 검토를 약속했다고 들린다. 금년중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무바라크의 방북행보가 새삼 주목되는 이유다. 우리는 그가 한반도 평화정착의 훌륭한 메신저가 되기를 바란다. 우선 그가 비동맹국 원수 가운데 김정일과 가까운 몇 안되는 지도자라는 점이 이같은 기대를 부추긴다.
무바라크 방한은 또 이집트가 그동안의 친북일변도 노선에서 남북간 등거리 외교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무바라크는 부통령일 때 한번,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도 세번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과거 『김일성주석이 생존하는 한 남한과는 결코 수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했던 친북성향의 지도자였다. 특히 73년 3차 중동전 때 북한이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해 이집트와의 혈맹관계를 유지했을 때, 이집트공군사령관이 바로 무바라크였다.
그러나 김일성이 사망한 이듬해인 95년 한국과 대사급 수교관계를 맺은 이래 양국은 경제적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의 보폭을 넓혀왔다. 양국의 지난해 교역량은 8억2,600만달러였다. 한국에서의 수출이 6억3,700만달러였고, 수입은 1억8,900만달러로 한국의 출초현상이 심한 편이다.
그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의 호혜적 관계설정은 물론 한국의 대 중동진출과 비동맹외교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집트의 자원과 한국의 자본 기술이 장점을 살려 어우러지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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