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에선 시체냄새가 난다. 몇 년을 더 썩어야 악취가 사라질지 이 거대한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아무도 모른다.…(중략)…그래도 세금은 낸다. 세금으로 시화호를 죽였다. 살인청부자? 내가 시화호의 살인청부자였다. 나를 처형해다오.…(후략)』 최승호 시인의 절규다.환경운동연합에서 만나는 최승호 시인과 다른 환경운동가들은 변호사인 나에게 몇조원의 혈세를 써서 거대한 죽음의 호수를 만든 사람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다. 장밋빛 설계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그리고 알토란같은 이문을 남긴 토목공사의 결과 거대한 자연의 시체가 생겨났는데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앞으로도 국가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일들이 이어질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현행법상 만만치가 않아요』 내 대답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시화호건설을 책임졌던 공무원 등에 대하여는 이미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있었다. 현재 새만금에서는 무지막지한 간척사업으로 소중한 갯벌이 죽어나가고 있다. 영월에서는 댐건설로 수만년 신비를 지닌 동강이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동강의 죽음을 막아보고자 33일간 밤을 지새우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다시 묻는다. 『동강의 죽음을 막아낼 법적 방법은 없는가요』 또 다시 나는 궁색한 답을 내놓는다. 『글쎄요 마땅찮네요…』
우리나라는 아직 독일의 집단소송이나 미국의 대표소송 등 환경분쟁해결에 유효한 제도를 갖지 못하고 있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위법한 행정행위를 하더라도 그 행위의 직접 당사자이거나 직접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 사람은 그 행위를 다툴 방법도 없으며, 환경권이 소송상 구체적인 권리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국민의 자격이나 환경운동단체의 이름으로 자연파괴의 책임을 물을 법적 수단도 불가능에 가깝다.
여전히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별다른 법적 저항도 못하고 파괴되어 가는 이 땅의 자연을 보면서 변호사인 나는 새로운 세기에는 부디 우리의 입법과 소송체계가 생태적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 성숙한 체계로 발전하여 자연을 위한 변론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호철 37·환경운동연합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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