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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호화판 구의회청사 `의원들만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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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호화판 구의회청사 `의원들만의 왕국'

입력
1999.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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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5층 지하 2층 1,648평 규모의 호화 건물에 상주인구(?)는 26명」89억 9,900만원의 세금을 들여 96년12월 완공한 강서구 등촌동 구의회청사의 모습이다. 이 건물은 1년 365일중 정기회와 임시회가 열리는 80일동안은 의회 사무국직원 26명외에 22명의 구의원들로 붐비기도 하지만 나머지 280여일은 텅텅 비어있다.

대리석으로 외장을 둘러 호사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의회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엘리베이터앞 나무책상에 방호원 1명이 앉아 있을 뿐 120여평의 로비는 썰렁하기만 하다. 개청후 1년6개월 가까이 지난 98년 5월에야 지역내 한 단체의 주최로 1층 로비에서 바자회가 열렸고 한 두차례 주민 모임이 있었던 게 고작이다.

게다가 상임위가 지난해 4개에서 3개로 줄어드는 바람에 쓸모없어진 3층 빈회의실(25평)은 20일까지 500만원을 들여 구의원들을 위한 체력단련실로 꾸며지고 있다. 돈을 대는 강서구의 올해 재정자립도가 49.6%인 점을 감안하면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_5층의 의장실 본회의장 상임위실 대·중·소회의실 의원휴게실도 의회가 열리지 않는 날은 대개 빈 공간이다.

이처럼 강서구의회 청사가 주민들과 동떨어진 「의원들만의 왕국」으로 전락하자 지역 주민들의 비난과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주민이 낸 세금으로 화려한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소수의 구의원들과 직원들만 이용한다』며 『1층 빈 공간과 남는 회의실 등을 예식장이나 모임장소로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단독청사를 갖고 있는 다른 구의회도 대체로 비슷하다. 특히 서울시가 권고하는 규모(800평)보다 청사가 더 큰 강서구, 강동구(1,579평 지상6층 지하2층), 마포구(952평 지상5층 지하1층)의회 등 3곳은 정도가 심하다.

강동구 의회는 간혹 1층 로비를 서예나 종이접기작품전시회 공간으로 빌려주고 있으나 지난해 4월부터 지금껏 이용회수가 7차례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상당수 구의회가 대규모 단독청사 건립계획을 추진중이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구로구는 5층 규모의 단독청사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성북구의회는 1,700평규모의 단독청사를 2000년 완공예정으로 건설중이다.

권영주 서울시립대교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된 기초자치제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의회공간을 지역주민들에게 과감히 개방,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의회청사 개방에 대한 구의회차원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다. 조현구(趙顯九)강서구의회 부의장은 『1층 로비는 주민들의 열린 공간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다른 회의실이나 공간은 의회의 상징적인 장소인만큼 개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jinyong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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