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악스카이웨이에서 이어지는 팔각정은 남산타워와 함께 서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관광명소이자 도심의 청량제 같은 곳이다.96년말부터 종로구청이 구예산 15억원 등 44억3,000만원을 들여 팔각정 진입로와 주차시설 등을 개보수하기 위해 2년여간 이 곳을 폐쇄했을 때 시민들이 불편을 참았던 것은 보다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팔각정 개장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이 곳을 찾은 시민들은 구청의 장삿속에 혀를 내둘렀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해도 음용수대는 커녕 생수를 파는 매점도 없다. 커피자판기조차 비치하지 않아 한 잔에 4,500원씩 하는 커피숍을 이용해야 한다. 주머니가 빈 시민들은 팔각정 레스토랑 손님들이 마시는 물과 음식을 넘겨다 볼 뿐 선뜻 들어서지 못한 채 주위만 맴돌다 입맛을 다시며 내려오기 일쑤다.
일부는 다리쉼을 위해 앉을 곳을 찾지만 그 흔한 벤치조차 없다. 예전에 아이들이 뛰어놀던 잔디마당도 화단으로 변해 남쪽으로 두어 개 놓인 바위만이 유일한 쉼터다. 입구 쪽에 터를 닦고있는 기념품매장은 기와한옥으로 지어져 전통기념품 판매소로 활용될 것이라는 게 구청측 설명. 구청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자판기나 간이매점을 운영하면 입찰을 통해 입주한 레스토랑과 커피숍, 스넥코너 영업에 지장을 주게되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용수대는 공사 설계에서부터 빠져있었다.
씁쓰레한 기분을 뒤로 한 채 팔각정을 나서면 맞딱뜨리는 주차요금 정산소. 잠깐 머물더라도 1,000원은 내야 한다. 이 역시 예전에는 없던 것이다.
『다시는 오고싶지 않네요. 구청의 재정난은 이해되지만 시민들은 팔각정을 빼앗긴 기분입니다』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의 씁쓰레한 푸념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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