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 기대치에 대한 두려움을 그녀는 이렇게 표현했다. 두렵고 조급했다. 지금 되돌아 보면 그냥 연기자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를 『X세대 스타』라고 부르며 무슨 특별한 존재인 양 난리를 쳤다.드라마 「파일롯」, 「마지막 승부」, 「종합병원」을 할 때의 신은경(27)은 그랬다. 오히려 그 무게 때문에 작품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종합병원」이후 2년동안 「여」, 「자반 고등어」 두 편밖에 못했다.
그리고 96년 11월, 그녀는 넘어졌다. 음주운전사고. 신이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친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것을 털어냈다. 마음이 텅 비니까, 아무리 천하고 작은 것이라도 진짜 내 것이면 아름다워 보였다. 『본래의 「순수」를 되찾은 셈이죠』
6개월 후 일어선 신은경. 뜻밖에도 영화 「창」(감독 임권택)의 창(娼)이 됐다. 그리고 옷을 벗어 던졌다. 진한 화장에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하면 저럴까』라고 측은해 했다.
그러나 누가 알랴. 어느날 갑자기 너무나 많은 것을 가져 끙끙대다가 모두 버린 후 새털처럼 가벼워진 마음이 얻은 평화를. 『너무 편했어요.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으니까 일만 열심히 하면 됐죠』
정말 아무도 그녀가 중성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는 그 틀을 깼다. 트렌디 드라마의 신은경은 「연기자」가 아니라 「유행이 만든 허상」이었다.
그 끝은 굳이 「불미스런 사건」이 아니라도 이미 허무하게 끝날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기다렸다면 지금의 그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5월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감독 유상욱)의 태경 역을 끝내고 지금 「링」(감독 김동빈)의 선주 역에 매달려 있다. 둘 다 직업이 여기자지만 성격과 분위기는 정반대.
태경은 신은경보다 세살이나 어린 순수한 「외강내유형」이라면, 선주는 서너살 많은 깊고 침작한 「외유내강형」이다. 「창」을 시작할 때 순수한 마음을 생각하며 태경 역을 했고, 선주로 카메라 앞에 설 때는 감정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 몇 시간이고 감독과 토론했다.
SBS TV 「좋은 세상만들기」에서 그녀는 마음껏 웃고, 울고, 먹는다. 벌써 1년째다. 시골 노인들의 사는 모습, 방송에서 그들의 자유분방한 언행을 보며 통쾌함까지 느낀다. 방송은 그들에게 가식이나 의식이나 억압이 아니다. 5년전 생방송 가요프로를 진행하던 철없는 신은경과 지금의 신은경은 이렇게 변했다.
「링」과 「좋은 세상만들기」에 24일부터는 SBS 주말극 「파도」까지 해야하는 4월을 그녀는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다시 무거워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또 다시 스타가 돼 간다는 얘기. 『이젠 힘들지 않아요』
/이대현기자 leedh@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