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등 국내 대학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쳐온 외국인 강사들이 대부분 영어에 대한 전문지식과 강의경험이 없는 무자격 강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서울지검 외사부(강충식·姜忠植부장검사)는 9일 단기 관광·방문비자로 입국한 무자격 외국인들을 강사로 모집, 국내 24개 대학에 영어회화 강의를 알선한 뒤 18억여원을 챙긴 외국어교재 판매회사 「세정영어사」 대표 박성대(朴成臺·38)씨를 출입국관리법위반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무자격 외국인 강사 49명과 근무처 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인 강사 22명 등 71명에 대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명단을 통보, 출국조치키로 했다.
박씨가 97년3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국내 대학에 영어회화 강의를 알선한 무자격 외국인들은 모두 49명. 이들은 대부분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출신으로, 체류기간이 1~6개월인 단기 관광·방문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20~30대 젊은 외국인들이었다.
박씨는 이들이 「영어회화 지도자격(E-2비자)」이 없는데도 시간당 2만~2만5,000원의 강사료를 주는 조건으로 영어회화 강사로 불법고용했다. 이들이 학생 1명에게서 받은 연간 수강료만 60만~70여만원. 수강생만 전국에 1,650여명에 달했다. 이들 외국인들은 월 100만~200만원을 강의료로 받고 개인교습까지 합쳐 한달에 수백만원씩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엉터리 강의가 가능했던 것은 박씨가 대학의 총학생회, 단과대학생회, 학생복지위원회 간부들에게 로비를 벌였기 때문. 검찰에 따르면 매년 100만~250만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학생회 등에 주는 대가로 이들의 도움을 얻어 대학 신입생들을 수강생으로 모집하고 학교측 허락없이 강의실까지 확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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