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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대공습] 춥고 배고픈데 생이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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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대공습] 춥고 배고픈데 생이별까지…

입력
1999.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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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 난민들에 대한 피난대책이 너무도 허술해 가족들이 생이별을 하는 일이 속출하는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실에 따르면 마케도니아 정부요원들이 국경지역 난민촌에 도착한 사람들의 숫자를 정확하게 점검하지 않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증발」하는등 수많은 이산가족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마케도니아 정부가 난민가족에 대한 확인작업을 거치지 않고 외국으로 공수함에 따라 난민들의 생이별은 외국으로 번져가는 형편이다.

미 LA타임스는 8일 코소보 난민촌 현장르포를 통해 어처구니 없는 난민대책을 실랄하게 꼬집었다.

나토의 공습이후 추위와 굶주림에 떨면서도 부모와 다섯형제들에게 기대어 힘겨운 유랑길을 견뎌온 멘토 호티(14)는 지난 주말 마케도니아 국경지역에 도착한 뒤 소중한 가족들과 더이상 부대낄 수 없었다.

멘토는 실신한 어린 소녀를 도와주기 위해 가족들 곁을 잠시 떠났다가 마케도니아 군인들에게 떠밀려 인근 난민촌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게 됐다. 멘토는 그날 이후 부모와 형제들을 볼 수 없었다. 『가족들이 터키에 갔는지, 알바니아에 갔는지, 아직 마케도니아에 남아있는지 알 수 없다』며 멘토는 울먹였다.

가족의 행방을 알지 못해 애태우는 난민들은 멘토 뿐만이 아니다. 지난 주말 두 딸과 아내가 탄 버스를 놓친 나세르 그르도비치(35)는 『마케도니아 병사들은 난민가족들이 모두 함께 모여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버스에 태웠다』고 분개하면서 『고향을 떠나게 한 것은 세르비아인들이지만 가족과 헤어지게 만든 것은 무책임한 마케도니아 정부』라며 원망했다.

올해 5살난 제호나 알리후는 집을 떠나온 난민촌 어린아이들이 때때로 칭얼거릴 때면 『울지마, 너희들은 엄마 아빠를 볼 수 있잖아』라며 어른스럽게 달랜다. 지난주 가족과 함께 기차에 타지 못하고 난민촌에 홀로 남겨진 제호나는 아직까지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고향을 잃어버린 코소보 난민들은 이제 가족까지 잃어버리는 고통을 추가로 겪게 된 것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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