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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최대재벌의 주가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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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최대재벌의 주가조작 의혹

입력
1999.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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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계열사들의 현대전자 주가조작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이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들 기업과 당시 대표이사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현대중공업등이 2,200억원을 투입해 현대전자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으며, 정몽근씨등 대주주들이 수십억원의 매매차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현대측은 『통상적인 자금운용일 뿐 주가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금감원측은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증시에서 종종 발생하는 주가조작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재벌 구조조정의 핵심인 반도체 빅딜과 국내 최대 재벌이 관련됐기 때문이다. 5대 그룹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렇게 강조해 온 재벌개혁이 이 정도인가라는 당혹감마저 든다.

또 검찰수사 결과 주가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피해를 본 소액투자자들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수 있어 집단소송사태가 예상되는 등 파문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늑장조사는 비난받을 만하다. 증권거래소가 현대전자의 주가조작 혐의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것은 지난해 8월22일인데 실제 조사는 6개월 후에야 실시됐다. 조사인력 부족 때문이었다는 금감원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현대전자는 시가총액 9번째의 대형종목이어서 주가조작에 따른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서둘러 조사했어야 한다. 금감원은 반도체 빅딜 압박용, 재벌 길들이기라는 일부의 지적을 자초한 셈이다.

현대의 주가조작 사실여부는 검찰수사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재벌의 도덕성 차원을 넘어선 경제적 범죄행위다. 증시는 기업의 자금공급원이자 국민들의 투자처다.

거대 재벌이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으로 주가를 마음대로 움직인다면 그 해악은 막대할 것이다. 국민들의 돈을 모아 재벌에 넘기는 꼴이 된다.

정씨 일가 대주주에 대한 처벌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현행법으로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 현대중공업등 법인이어서 대표이사가 법적 처벌대상이기 때문이다.

계열사 주식에 무리하게 투자해 회사가 손실을 보면 투자를 결정했던 이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정도는 가능하지만, 법인이 주가를 조작하고 대표이사가 아닌 대주주가 이를 이용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봐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제도상 맹점이다. 이번 기회에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증시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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