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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금강산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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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금강산의 봄

입력
1999.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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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금강산을 보기 전에는 천하의 산수를 말하지 말라』고 했다. 중국의 유명 시인도 『고려국에 태어나 한번만이라도 금강산을 보았으면…』하고 금강산을 동경했다고 한다. 춘원 이광수도 70여년전 그의 「금강산 유기」 서문에서 금강산을 찾은 이유를 『…위대, 장엄한 자연속에서 내 영혼의 세례를 받자, 지리멸렬한 내 인격의 통일을 얻어 보자. 직접으로 천공(天公)의 계시를 들어 나의 일생의 진로를 정하자 함이외다…』라고 쓰고 있다.■지난달 말에 금강산을 다녀왔다. 낮에는 예정된 코스를 등반하고 저녁에는 선상에서 세미나를 하는 행사가 있었다. 첫날은 왕복 7㎞를 약간 상회하는 구룡폭포를 찾았고, 이튿날은 산세는 전날보다 훨씬 가파르나 거리는 왕복 3㎞ 남짓한 천선대(天仙臺)에 올랐다. 첫날은 유람선에서 싸준 도시락으로 등반도중 점심을 때웠으나, 다음날은 북측의 배려로 금강산여관 구내식당에서 북한산 돼지 삼겹살구이를 드는 행운도 있었다.

■1주전 만해도 빙판길 투성이였다는 안내인의 말과 달리 등산로는 깨끗하고 가지런했다. 소동파나 춘원이 노래했던 절경 그대로 였다. 등반로까지 실어 나르는 버스편 차창으로 넘겨다 본 온정리의 풍경은 평화롭고 봄냄새가 가득했다. 들판에는 지난해 수해로 떠내려온 돌무더기를 치우는 부녀자들이 관광객이 흔드는 손길에 웃는 얼굴의 맞손길로 화답했다. 버스길 사이사이에 부동자세한 어린 경비병들의 무표정한 모습은 가슴아팠다.

■천선대 등반길에서 만난 북한측 남녀 안내원은 『지금 우리 인민들이 식량부족 때문에 고통속에 있습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리고는 이내 『그러나 우리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 곧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실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고 했다. 가난을 수치로 생각하지 않는 그들의 확신에 찬 표정에서 환란극복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노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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