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최고의 장수는 두사람일 수 없다. 하지만 왠지 부담스런 상대다」. 10일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앞둔 현대-기아 두감독이 품고 있을 법한 속내다.현대 신선우, 기아 박인규감독. 56년생 동갑내기에 연세대 동문 선·후배로 국가대표시절인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끌었던 한국농구의 기둥. 하지만 지금은 한솥밥을 먹던 동료에서 「한국 최고의 감독」을 놓고 자웅을 겨룰 숙명의 라이벌로 바뀌었다.
「왕중왕」을 가리기 위한 처절한 승부를 남겨둔 두 승부사는 말을 아꼈다. 누구도 『자신있다』는 허장성세를 부리지 않았다.
현대 신선우감독은 결정전 진출이 확정된 직후 『기아는 거북한 상대』라는 표현을 했고, 기아 박인규감독은 삼성을 일축한뒤 『현대는 어느 것하나 부족한 곳이 없는 팀』이라고 추켜세웠다. 상대의 장점을 너무 잘 알기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올해부터 형제관계가 된 현대, 기아 모그룹의 배경도 두감독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담이다. 한쪽은 전자, 한쪽은 자동차로 현대를 양분하고 있는 「몽」자 형제들이 오너다. 같은 집안이라해서 이겨도 좋고, 져도 좋을 입장이 아님은 자명하다.
더욱이 너무나 비슷한 전력,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실력을 겸비한 두팀이기에 승패의 책임이 지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더욱 질 수 없는 상황이다. 두사람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 상대를 추켜세워도 결국 약점을 파고드는 집요한 승부근성을 보일 것이 뻔하다.
두지도자는 챔피언 결정전의 상대를 이미 예견했던 듯 플레이오프 직후 신선우감독은 『더블과 싱글포스트를 섞어 사용할 계획』이라는 말을 했고 박인규감독은 『식스맨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작전계획을 서슴없이 밝혔다.
신선우감독은 기아의 막강 더블포스트를 의식한 현대의 대응책을 내비쳤고 박인규감독은 상대의 허를 찌르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현대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신선우감독과 반면 현대를 상대로 정규리그서 3승2패의 우위를 보인 기아의 박인규감독이 펼칠 두뇌싸움이 승부를 어떻게 몰고갈지 관심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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