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DJP간에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 중단」이란 합의가 이뤄지자 자민련에서는 희비가 교차했다. 내각제 추진에 소극적이었던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얼굴이 활짝 퍼졌고, 한영수(韓英洙) 박철언(朴哲彦)부총재 등 비주류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반면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를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은 축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합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박총재는 이날 오전 청와대 조찬회동을 마치고 당사 집무실에 들어서면서 부쩍 힘이 실린 목소리로 『수석부총재를 불러오라』고 말했다. 그는 곧이어 당직자들 앞에서 단호한 표정으로『대통령과 총리 두 분이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를 일절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총재는 자민련의 내각제 홍보에 대해서도 『두분이 합의했으니 당이 따라가야죠』라고 말한 뒤 9월 이후에 대해서는 『(내각제)약속 자체는 살아있으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수석부총재와 구천서(具天書)총무 등 충청권 당직자들은 박총재의 발표를 들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박총재는 이어 김수석부총재와 20여분간 독대를 했다. 이 자리에선 내각제 논의 유보 배경과 당직개편 문제가 주로 거론됐다고 한다. 독대를 마치고 나오는 김부총재는 다소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김부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세 분 지도자가 합의했으므로 존중하는 것이 예의』라고 말한 뒤 연내 내각제 개헌여부에 대해 『개헌을 하는데는 산술적으로 최소 44일에서 4개월 가까이 걸린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9월 이후 내각제 본격 추진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충청권의 한 고위당직자는 『9월이후에 내각제에 대해 전격 합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기대섞인 해석을 하며 불만을 삭였다. 하지만 상당수 충청권의원들은 『연내 개헌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7~8월까지는 결론을 내야 하는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충청권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내각제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반면 한영수부총재는 미소를 지으며 『내각제는 언젠가는 실현되겠지만 연내 개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내각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계개편』이라고 주장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