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9일 「내각제 논의 8월말까지 일절 중단」이라는 복잡미묘한 의미를 함축한 합의를 했다. 그동안 「내각제 논의의 상반기 유보」는 청와대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의 말대로 정치적 감(感)으로 막연하게 기정사실로 통하고 있었다. 김대통령이나 김총리도 내각제 논의시기를 놓고 애매한 화법으로 정치게임을 벌여왔다.그러던 DJP가 논의 중단 시기를 확실히 8월말로 못박은 이유는 선문답식 정치게임을 주고받기에는 정치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의 부결은 여권내 균열을 넘어 권력의 누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급히 여당공조를 복원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분란의 내재된 원인인 내각제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현실주의자인 DJP가 정권교체를 이루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길을 걸었느냐』고 상기하며 『그들이 누리는 파워 보다 내각제 논의가 상위개념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순진하다』고 말했다. 여권내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난극복의 명분, 대통령과 총리의 위상을 위태롭게 해가면서 내각제 논의를 강행할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내각제논의 8월말까지 중단」에 따라 연내개헌이 물건너가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않다. 이는 9월에 들어서도 국가적 현실이 내각제의 본격 논의를 어렵게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김총리가 『내각제 약속은 살아있다』고 재삼 확인했지만, 이는 자민련 내부를 고려한 수사(修辭)일 수 있다. 특히 자민련이 그토록 강조해온 「선(先) 권력구조개편-후(後) 정치개혁입법」을 접고 「선 정치개혁」으로 돌아선 점도 연내개헌 유보라는 해석을 가능케한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보다 전격적인 내각제 추진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반대의 논리도 엄존하고 있다. 김총리가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걸림돌인 내각제 논의를 유보, 크게 양보한만큼 결정적 시기에 약속이행의 주장을 강도높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밝은 기류는 뭔가 다른 시사를 해준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