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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라면요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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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라면요리 전성시대

입력
1999.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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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요? 꼬불꼬불한 면발에 쫄깃쫄깃한 맛이 거의 예술이죠』.서울 신촌의 생라면 전문점 「라면특구」에서 만난 김청라(19·여·연세대 기계전자공학부1)씨는 하루에 한두번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라면 마니아」. 직접 뽑은 생라면으로 갖가지 요리를 선보이는 「라면특구」는 학교 앞이라 친구들과 자주 찾는 단골집이다.

김씨가 이날 주문한 메뉴는 1,800원짜리 「특구라면」. 닭뼈를 고아낸 국물에 미역과 숙주나물, 오뎅을 얹은 우동식 라면이다. 면발은 인스턴트 라면처럼 가늘고 꼬불꼬불하지만 기름에 튀겨내지 않아 담백한 것이 특징.

이외도 얼큰한 국물에 오징어, 새우, 소랏살을 얹은 「짬뽕라면」(3,000원), 시원한 굴소스로 맛을 낸 「해물라면」(3,500원), 된장으로 구수하게 국물을 낸 「된장라면」(3,500원) 등 이 식당의 라면메뉴는 8가지나 된다.

배고프고 궁핍하던 시절 서민들의 허기를 채워주던 라면. 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임춘애 선수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어려운 시절을 상징하는 헐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향수로만 라면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라면은 더이상 값이 싸서 사먹는 단순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다.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들 사이에서 라면은 당당히 일품요리 대접을 받고 있다.

PC통신에는 라면의 별미를 즐기기 위한 음식동호회들이 하나 둘이 아니고 인터넷에는 라면강정 새우깡라면 라면샐러드 초콜릿라면 등 이색적인 라면요리법을 소개하는 홈페이지가 널려 있다.

「라면특구」를 비롯해「라면1번가」「탐포포」「면발땡기는 날」「라면나라」등 최근들어 새로 생겨난 라면요리 전문점들도 저마다 개성적인 라면요리를 개발, 고객끌기에 분주하다. 이미 라면은 우동이나 자장면등을 제치고 가장 다채로운 면요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7월 개설된 이후 지금까지 방문객수가 6만명을 넘어선 인터넷 홈페이지 「라보때(라면을 보통으로 때우는 사람들)」에는 라면을 잘게 부순뒤 찐 고구마와 함께 반죽해 튀겨내는 라면고구마크로켓, 삶은 라면에 생선살과 부침가루를 섞어 부쳐먹는 라면전, 꽁치통조림과 고추장을 뒤섞는 꽁치라면볶음 등 60여가지의 기발한 라면요리법이 소개돼 있다.

「라보때」운영자인 안민정(21·여·중앙대 문헌정보학과2)씨는 『하루 300∼400명에 이르는 방문자들이 직접 요리하면서 터득한 경험담과 아이디어를 보태줘 조리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며 『라면요리는 누구나 부담없이 손쉽게 만들어 볼 수 있어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라면요리가 각광을 받는 것은 저렴한 가격과 요리의 간편성이라는 라면의 특징이 바쁜 요즘 사회에 잘 부응하는데다 요리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신세대들의 튀는 감각이 어울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라면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우리국민이 소비한 완제품 라면은 총 37억개로 1인당 82개꼴. 시장규모(1조1,000억원)로 볼 때 97년에 비해 20%나 늘어난 셈이다. 공업용유지파동 등 끊임없는 유무해논쟁으로 부침을 겪어온 라면은 이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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