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의 명물」이다. 서울 구남초등학교(광진구 구의동) 박수진(12)양의 별명이다.
박양은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주최 전국 어린이 사생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내달에는 세종대 무용과 언니들과 함께 발레 공연도 예정됐다. 시교육청 주최 어린이 육상 60㎙ 단거리 대회에서 입상했을 만큼 운동도 잘한다. 이처럼 다재다능하지만 공부는 고만고만 하다.
박양은 새학기 전교 어린이 회장에 당선됐다. 6명의 후보가 나선 선거에서 박양은 당찬 공약을 내걸었다. 『왕따(집단따돌림) 문제를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제가 당선되면 교내에 왕따 상담실을 만들어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4~6학년생 734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157표를 얻어 무난히 당선됐다.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전교 회장이 됐던 관례가 깨진 것이다. 교사들조차 의아해할 정도. 친구 김용원12)군은 『수진이가 공부만 잘했다면 따돌림 당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박양이 회장이 된 후 학교분위기가 완연히 달라졌다. 시간날 때마다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나 후배들을 찾아나서 고민을 듣고 해당 학급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하지말 것을 설득했다. 결국 왕따 학생 10여명이 보통 학생이 됐다.
등교시간도 오전 7시로 빨라졌다. 아무도 나오지 않은 교실에서 혼자 빗자루와 대걸레를 들고 청소한다. 청소를 마치면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며 휴지를 줍는 등 여기저기 꼼꼼히 살펴본다. 김동래(金東來·50)교장은 『아침 일찍 항상 수진이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대견해했다.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전교 어린이 회장을 꿈꿨어요. 임기동안 친구들의 어려움을 대신하는 역할에 만족할 거예요』라며 박양은 어른같은 포부를 털어놨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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