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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농락당한 법의 형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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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농락당한 법의 형평성

입력
1999.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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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법을 두려워는 하겠지만 과연 법을 존중하겠습니까』국회에서 서상목(徐相穆·한나라당)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지 만 하루가 지난 8일에도 검찰은 당혹스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방탄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비리 혐의가 드러난 김윤환(金潤煥·한나라당)의원 등 정치인 9명을 어쩔수 없이 불구속기소할 때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때문에 검찰 상층부는 『서의원만은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치논리에 밀려 더이상 검찰권행사가 무력해져서는 안된다』는 상층부의 이같은 의지에 일선 검사들은 다소나마 위안을 얻기도 했다. 국가 징세권을 이용,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불법행위가 역사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법의 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믿었던(?) 서의원 체포동의안마저 국회에서 부결되자 검찰은 『정치인 수사는 하지 말라는 얘기냐』며 아예 할 말을 잊어버렸다. 세풍(稅風)사건의 한 수사 관계자는 『국기를 문란케 한 사건을 저질러 놓고도 구속을 면하자 오히려 「인권의 승리」 운운하며 의기양양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사실 서의원의 경우 의원신분만 아니라면 세풍(稅風)사건 주범인 이석희(李碩熙)전국세청차장이 도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인멸 가능성 때문에 구속돼도 이미 오래전에 구속됐어야 한다는게 검찰의 시각이다.

의원의 회기중 불체포특권은 결코 비리 정치인을 검찰권으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한 초법적인 것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의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법을 무시하는 현실속에서 과연 이들보다 훨씬 가벼운 사안으로 구속되는 국민들이 검찰권 행사에 순순히 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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