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봄이다. 베란다 넓은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예전같지 않다. 내의 차림의 아이를 성큼 베란다 햇살 아래로 내몰 수 있음은 분명 봄이 왔다는 것이리라. 남자는 가을을 타고 여자는 봄을 탄다는데, 나도 봄을 타는 걸까.「아, 내게도 근사한 일이 생길지 몰라」하며 실없는 웃음을 머금어 보지만 난 역시 아줌마일 뿐이다. 세번째로 맞이하는 남편과의 봄을 채우기 위해 「살찌우기 작전」을 세우고 두번째로 맞는 아들과의 봄을 채우기 위해 「배변훈련일지」를 만드는 아줌마일뿐이다. 그러면서도 서른 한 번째로 맞는 나의 봄이 이렇게 남편과 아들의 봄으로만 이루어질 것인가 되물어본다. 아줌마의 계절은 그저 이래야만 하는 걸까.
봄과 아줌마, 아니 봄과 미시라고 속삭여본다. 봄이 아줌마와 어울릴 때는 웬지 촌스럽다가 미시와 어울리니 꽤 근사해보인다고 여기는 내가 우습다. 왜 계절타는 아줌마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질까. 생활력 강하고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해내는 강한 아줌마가 천대를 받는 것이 서럽다.
하지만 이미 많은 여성들은 소비성향이 강하고 유행을 따르는 자기 주장이 강한 아가씨같은 아줌마, 미시가 되고 싶어한다. 미인의 척도가 깡마르고 장대같이 훌쩍 커야 하는 것으로 바뀐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아줌마의 가치도 바뀐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아줌마도 시대가 원하는 대로 바뀌어야 할까.
나는 이쯤에서 흔히 말하는 「여자의 변신은 무죄」를 끌어내고 싶다. 시대가 원하는 그런 변신이 아닌 우리들 자신을 위한 변신 말이다. 아줌마로 미시로 여자로 끊임없는 변신을 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자신의 봄을 꿈꾸어보자. 나처럼 이렇게….
「나는 아줌마이면서도 미시이고 싶다. 그리고 영원한 여자이고 싶다. 봄을 타는 아줌마이고 싶고 봄을 가꾸는 미시이고 싶고 계절을 느끼는 여자이고 싶다. 남편과의 봄을 소중히 여기는 아내이고 싶고 아들과의 봄을 즐겁게 맞는 엄마이고 싶다. 그리고 한가지 더. 꿈을 키워가는 인간이고 싶다」.
류은희주부·경기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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