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은 이제 그만(?)」.PC통신 동호회 활동이 소비자운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처음 PC통신이 출발할 때만 해도 동호회 활동의 목적은 순전히 취미생활 공유. 하지만 이제는 동호회가 각종 상품과 그 상품을 만드는 기업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압력단체로까지 위상이 올라섰다.
최근 PC통신 하이텔에서 벌어진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완전평면 TV브라운관」논쟁은 PC통신 동호회가 벌인 대표적인 소비자 권리찾기운동 사례.
각종 전자 PC관련제품에 관심이 많은 하이텔의 「하드웨어」동호회 3만여회원이 올초 두 회사 제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며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LG전자의 플래트론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의 자회사 제니스의 기술을 채용한 것으로 처음에는 화면이 다소 오목하게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면 평평해진다』 『삼성의 다이너 플랫은 겉유리만 평평하게 깎아 놓아 렌즈처럼 화면 왜곡이 생기지만 앞에서 보면 평면으로 보인다』
제품에 대해 설명 반, 흠집 반인 듯한 여러 주장들이 PC통신을 타고 퍼져 나가자 정작 당황한 곳은 생산업체들. 신제품을 내놓자마자 두들겨 맞는 듯한 입장에 처한 양사로서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입장이 돼버렸다. 양사는 즉각 네티즌들의 요구를 수용해 대화자리를 마련, LG전자는 2월, 삼성전자는 3월에 각각 설명회를 가졌다.
각각 150여명의 하드웨어 동호회원을 초대, 양사는 기술진이 직접 나와 단면도와 함께 제품을 뜯어 보이며 질문들에 답했다. 겉모습은 고객과 기업체가 만나는 평범한 자리였지만 앞으로 PC통신 동호회와 업체와의 관계설정을 암시하는 자리라는 것이 이를 지켜본 PC통신업계의 분석이다.
『동호회원들이 소비자로서 이같은 힘을 갖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많고 목소리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회원 중에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이 많고 안목 또한 웬만한 기술자를 뺨칠 정도로 수준이 높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하이텔 조선영(31·여)대리는 설명한다.
1만여명의 회원이 있는 하이텔의 영화동호회 「시네마 천국」 또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PC통신 동호회로 꼽힌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영화관람전에 이 동호회의 영화평을 보고나서 선택할 정도이다. 실제 이 동호회 코너에 실리는 회원들의 영화평은 웬만한 영화평론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영화사마다 동호회 회원들을 무료 시사회에 초대하는 등 특별히 배려하고 있다.
이동통신과 관련한 동호회의 소비자운동도 활발하다. 넷츠고와 하이텔의 「이동통신 사용자 모임」은 네티즌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와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 수리요령 등 각종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들을 의식, 삼성전자의 경우 2월에 50여명의 동호회원을 구미의 공장으로 초청, 휴대폰 제조공정을 보여주는 행사를 처음으로 가졌다.
이밖에 PC통신의 「노트북 동호회」는 노트북 컴퓨터, OS동호회는 정보기기에 대한 사용평가로 소비자단체로서 힘을 불려 나가고 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 PC통신 동호회의 「완전평면 TV」논쟁
"기술다양성 확인 기분좋네요"『평면논쟁이 재미있네요…. 단지 LG와 삼성, 두 업체만의 비교는 우물안 개구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 두 업체가 그것도 다른 기술로서 평면 모니터를 만든다는 자체에 기분은 좋네요. 어느 것이 더 좋은 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발언은 좀 삼가했으면 합니다.
어차피 누가 뭐라 해도 제품을 직접 보고 자기 맘에 드는 물건을 사면 되니까요. 오목하든 볼록하든 제 생각으로는 평면을 흉내낼 수는 있어도 정말 종이를 보듯 완벽한 평면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신기술 일장일단 있어요"
『단순히 삼성의 완전평면이란 것이 과거의 곡면 CRT에다가 화면 앞의 유리만 바꾼 것은 아니란 겁니다. 그리고 왜 삼성이 사용하는 TFT액정은 오목하게 보이는 현상이 없는데 LG의 브라운관에서는 그런 현상이 보이느냐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다 일장일단을 가진 신기술이고 서로의 일장일단은 상대방이 갖고 있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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