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금 체포동의안 부결사태를 어떻게 돌파할 지를 심사숙고중이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를 문책 경질한데서 일단 김대통령의 정면돌파 구상이 확실히 드러난다. 사태의 의미를 축소하는 미봉책을 취하는 대신 문제점을 철저히 노출시켜 근치(根治)하겠다는 것이다.청와대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이 8일 전한 김대통령의 언급에서도 느슨한 당 분위기를 다잡고 지도부의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김대통령은 「당 분위기 쇄신」「강력한 새 출발」「집권여당의 책임」등 시종 강도높은 표현으로 지도부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국민회의 지도부 개편만으로 상황돌파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체포동의안 부결사태가 여당의원들의 동정표 때문에 초래된 단순사건이 아니라 개혁흐름에 저항하는 세력의 도전에서 비롯된 중대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인식은 『국회의 사명과 국민 여망을 저버린 사태』라는 김대통령의 말에서 쉽게 포착된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국민회의 개편 이상의 조치를 취할 태세다. 필요할 경우 정부개편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공동여당의 공조 틀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할 방침이다. 김대통령은 9일 김종필(金鍾泌)총리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 김영배(金令培)국민회의 총재대행과 오찬을 하며 『공조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는 강한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김대통령이 그동안 모든 일에서 김총리를 배려했지만 이번만큼은 싫은 소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차제에 공동여당의 내부 균열을 야기하고 있는 내각제문제를 조기에 매듭짓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이날 내각제 조기매듭론을 건의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내 생각이 있다』며 일단 이를 접수하지 않았지만, 당초 스케줄 보다는 내각제 문제의 해법 도출이 빨라질 수도 있다. 이런 흐름으로 보아 공동여당의 구도, 여권내부 역학은 질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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