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중재 역할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금껏 러시아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무시해온 미국이 전쟁이 돌이킬 수 없는 교착상태에 빠지자 신유고연방측의 대화창구인 러시아에 손을 내민 것이다.앨 고어 부통령은 6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이 대화 재개를 위한 조치들을 취하도록 협력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또 미 국가안보위원회(NSC)는 귀환 난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파견을 검토중인 국제안보유지군에 러시아를 포함하는 시나리오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확전과 휴전의 기로에서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 신유고연방을 직접 상대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극복해 보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도 7일자 사설에서 『지상군을 투입, 유고를 괴멸시키지 않고서는 분쟁종식이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러시아 카드」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나토가 신유고연방의 휴전제의를 일축하며 고강도 공습을 했지만 이를 통해 얻을 것이라곤 「지지부진하다」는 비난과 민간인 피해 확산 뿐이었다. 여기에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난민이 쏟아져 나와 「알바니아계 구출」이라는 당초의 공습 명분 마저도 희석됐다.
사실 러시아 정부는 전쟁발발 전부터 이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적절히 이용해왔다. 나토가 형제국인 세르비아를 공습하자 분개했지만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자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을 재개하는 등 실리를 챙겼다. 이 과정에서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12월 총선과 2000년 대선을 앞둔 프리마코프 총리는 분쟁의 중재자로 나서 「강대국」으로서의 위신을 세우기도 했다.
유고도 러시아의 중재를 애타게 기대하는 입장이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전쟁에서 결국 패배할 뿐아니라 궁극적으로 권좌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고의 입장차가 워낙 커 러시아의 중재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만만찮다. 미국은 유고 공습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코소보내 세르비아군 완전철수와 국제안보유지군의 배치를 주장하는 반면, 유고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코소보를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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