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급기야 마지막 「금역(禁域)」까지 허물었다.김전대통령은 부산·경남(PK)지역 방문 마지막날인 8일 이지역 출신 의원과의 조찬과, 과거 야당시절 지지자 150여명과의 오찬모임에서 줄곧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
김전대통령은 『부산에서 특별히 이 말을 하겠다』고 운을 뗀 뒤 『(현정부 들어) 경상도 사람들은 중요한 직책에서 다 좆겨났고 특정지역 사람들이 갔다』고 직접적으로 지역감정을 겨냥했다.
김대통령은 또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부산·경남쪽 재벌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삼성 LG를 하나씩 걷어갔다』면서 『정부나 대통령이 나서서 빅딜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감정에다 색깔시비까지 연상케하는 발언이었다.
김전대통령은 특히 문민정부 당시 호남출신인 황인성(黃寅性) 고건(高建)전총리와 윤관(尹 )대법원장을 기용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자신이 지역감정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다는 「자찬(自讚)」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어떤가. 중요 직책은 모두 호남사람이 차지했다. 나라가 이래도 되나. 어림없는 소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비난공세도 계속됐다. 김전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라 보복하기 위한 대통령』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조찬모임에는 이 지역 출신 한나라당 의원 16명중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과 박관용(朴寬用)부총재, 김진재(金鎭載) 정문화(鄭文和) 김도언(金道彦) 김무성(金武星) 김형오(金炯旿) 정의화(鄭義和) 박종웅(朴鍾雄)의원과 무소속 한이헌(韓利憲)의원등 10명이 참석했으나 분위기는 뜻밖에 싸늘했다. 김전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 지역 출신 일부 의원들의 반응이 부정적이라는 귀띔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한편 김전대통령이 퇴임후 처음으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등 초강경 발언을 잇달아 터뜨린 것에 대해서는 PK현지에서 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았다.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의 한 관계자는 『김전대통령이 시민들의 정서보다 훨씬 더 나갔다』고 말했고, 자갈치시장의 한 상인은 『나라를 거덜내 놓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부산=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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