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정책이 엉성한 근본원인이 뭡니까』『효과적인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짜는 방법론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7일 오후 충북 청원군 현도면 동네 현도사회복지대 강의실.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사회복지학개론을 강의하는 젊은 교수를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충북도교육감과 국립교육평가원장, 주성대학 학장까지 지내고 3월 개교한 이 대학의 새내기 학생이 된 유성종(68)씨.
노학도의 하루 일과는 『배움의 기쁨을 만끽해 보겠다』는 그의 각오대로 공부에서 시작해 공부로 끝난다. 이른 아침 교육방송의 「교육영어」는 그가 하루도 놓치지 않는 프로그램. 학교에서 돌아온 뒤에는 곧바로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리포트 작성에 몰두한다. 다음날 빈 강의시간에 열릴 스터디그룹의 발제와 질의내용 준비에도 빈틈이 없다.『고령화시대를 맞아 노인복지에 기여하고 싶다』는 유씨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노인문제. 전공교양 필수인 「사회문제」 강의에서 진행되는 소그룹 스터디도 노인문제반을 택했다. 주위의 간곡한 부탁에 못이겨 현재 몇 개 사회단체 명예직을 맡고 있는 그는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 곧 감투를 모두 내놓을 작정이다.
음성 꽃동네에서의 봉사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전교생이 한 달에 한 차례씩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도록 돼있지만 유씨는 시간나면 틈틈이 찾아가 무의탁 노인들의 수발을 든다. 이들이 같은 나이 또래나 손위뻘이 되는 학생의 따뜻한 수발에 오히려 겸연쩍어 할 정도. 손주뻘되는 새내기들과 학업과 봉사활동을 함께 하면서 그는 동급생들에게 친할아버지 같은 푸근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호칭문제가 정 부담스러우면 대형(大兄)으로 불러달라』고 애교섞인 부탁을 해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배움의 기쁨, 만나는 즐거움을 통한 자유인의 풍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유씨는 『현실적인 노인복지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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