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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나치 현장르포] 시커먼 연기...시체 뒹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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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나치 현장르포] 시커먼 연기...시체 뒹굴어

입력
1999.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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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은퇴한 스타나 스토야노비치(62·여)는 집에서 TV드라마「에스메랄다」에 빠져 있었다. 갑자기 멀리서 비행기 소리가 들렸다.『남편에게 무슨 소리를 못들었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어요.그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급히 남편과 함께 탁자밑으로 숨었습니다』

미 뉴욕타임스는 6일 나토의 오폭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세르비아의 탄광도시 알렉시나치에 대한 르포기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전쟁의 피해자는 결국 무고한 시민뿐이라는 「역사의 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면서.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공습이 끝난 뒤 스토야노비치가 집밖으로 나가보니 길 건너 집들이 폭삭 내려앉은 채 시꺼먼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무너진 벽돌 더미 사이에는 시신 조각들이 나뒹굴고 피가 고여 있었다. 이웃인 드라간 밀로디노비치 부부, 42살의 딸 스네자나가 숨지고, 양녀와 두 손자가 중상을 입었던 것이다.

스토야노비치는 이튿날 새벽 아수라장이 된 거리에서 『이런 일을 저지른 사람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며 치를 떨었다. 현지 경찰은 나토가 인구 2만명의 소도시 마을 두 곳을 폭격, 적어도 7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폭탄 2발이 떨어져 반경 280여㎙내의 가옥이 파괴된 두사나 트리분차 거리에서는 스밀리야 자니치(여)가 『경찰도 아닌데 나토가 왜 우리를 폭격하는 알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불타는 집을 가리키며) 저속에 아직도 사람이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던 그는『2차대전때 나치가 탱크를 몰고 우리 마을로 들어왔지만 폭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 건너편에는 또다른 여성이 폭격으로 생긴 큰 구덩이속에서 상처입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는 『짐승들, 당신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줄 아느냐』고 공중을 향해 고함쳤다. 한 경찰이 『그녀의 부모가 그 곳에 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덩이에는 어린애의 옷가지가 반쯤 묻혀 있었고, 그 옆에는 미국산 말보로, 켄트 등 담배갑, 반쯤 탄 이불, 부서진 창틀과 빨간 전화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스 기자의 통역을 돕던 알렉사 지브코비치(27·여)는 『진짜 전쟁이 벌어진 줄 알았지만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조그마한 우리 마을이 폭격받을 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거리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클린턴은 나치』『클린턴은 세르비아의 심장을 죽일 수는 없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과 긴급 복구반은 부서진 유리와 벽돌더미를 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었다. 지난밤에 일어났던 일이 모든 것을 너무나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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