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대(對)유고공습은 북한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군사력을 통한 미국의 분쟁 해결방식이 금창리 핵의혹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 북한에 「본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동북아 평화와 안보문제 전문 미 캘리포니아 소재 노틸러스연구소는 6일 「유고공습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소보사태를 보는 북한의 인식을 분석했다. 이를 옮긴다.
『나토공습은 북한 권부에 확고한 생각을 심어줬다. 북한 정부가 미국의 의도에 대해 품고 있던 온갖 환상을 완전히 떨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북한 관리들은 공습이 협박과 침략, 압력을 통해 세계 정복을 노리는 「새로운 히틀러(미국)」와 상대하고 있음을 평양에 다시금 명백히 일깨워 줬다고 말했다. 미국이 조금이라도 틈을 보면 「맹금」처럼 달려들 것으로 이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은 워싱턴과의 협상을 계속하는 한편 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군사 프로그램을 강화할 전망이다. 한 고위 북한관리는 『국가생존의 문제』라면서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나 장난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밝혔다. 북 관리들은 미국이 「감히 북한을 공격할 생각을 못할 때까지」 미사일과 같은 확고한 저지수단을 획득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암시했다.
북한은 워싱턴이 세르비아측의 강력한 저항이나 세계적인 반발여론에 부딪칠 경우 한반도를 비롯한 타지역에 대해 당분간 보다 유연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 관점에서 유고사태는 미국측으로부터 유리한 양보를 얻어낼 좋은 기회이다. 북한은 이를 최대한 활용, 공식 외교관계 구축을 비롯해 경제제재 해제,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 가입을 바라고 있다.
미국이 유고사태에 장기간 빠져든다면 상황은 한결 좋다는 것이 북측의 생각이다. 한 관리는 『(그럴 경우) 무적신화(無敵神話)가 깨진 미국은 약자의 입장에서 움직일 것이며 세계에 걸친 영향력도 사라질 것이다. 또한 클린턴행정부도 국내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측의 여러 평가에 따르면 북한의 재래 전력은 연료와 부품, 탄약부족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평양은 한국군과 주한미군과의 전력차를 극복하기 위해 공군과 육군의 기술력 향상에 주력중이다. 미사일 수출을 통해 외국으로부터 첨단무기를 들여오고 외부위협을 저지할 미사일 잠재력 개발에 특히 치중하고 있다. 비재래식 무기 생산도 배제할 수 없다.
군사전력상 기술력은 아직 미흡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인적 구성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 북한군의 사기와 체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군내에는 식량도 부족하지 않아 기아로 인해 전쟁준비가 약화했다는 지적은 온당치 않다. 북한군이 훈련 부족으로 첨단무기체계를 다루는데는 다소 미숙할지언정 장기전시 어떤 상대보다도 우월성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윤석민특파원 yunsuk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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