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의 대유고 공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운이 월가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미국의 일방적 승리가 예상되던 걸프전 등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쌍방간 인명피해가 불가피한 지상전을 시작할 경우 주가의 폭락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코소보 사태가 지금까지 뉴욕의 월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 강건너 불구경같다. 지난달 24일부터 개시된 폭격에도 불구,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공업지수는 기록적인 10,000포인트대를 넘어섰다. 미국의 자존심인 F117 스텔스전폭기가 추락해도, 미군병사 3명이 포로가 돼도 타오르는 증시의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특수가 경기 활성화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황은 「제한 폭격」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공습의 효율성은 물론, 대량난민 발생과 이에 따른 주변 국가들의 불안 등 상심의 정도는 점차 깊어진다. 노련한 유고군을 산악에서 상대해야 하는 지상전은 한국과 베트남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 행정부에게 지상군 투입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또한 누적되는 전비도 부담이다.
월가 굴지의 베어 스턴스 증권회사의 투자자문가인 리즈 맥캐이는 6일 투자자들에게 「팔자」를 권유했다. 유고 공습의 「부정적인 부메랑」이 우려된다는 것. 모건 스탠리사의 브라이언 비엔도 『금융시장이 전화(戰禍)로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칸의 화염으로 9년째 장기호황에 접어든 미 경제의 성장세가 꺽일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는 아직 없다. 그러나 요즘처럼 주가가 고평가되는 거품속에서는 조그만 심리적 동요도 시장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인식이 점차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베트남전에 빠져드는 계기가 된 70년 4월 캄보디아 공습시 다우지수가 14.4% 폭락하고, 50년 한국전 참전시 12% 추락했다. 월가 사람들에겐 뼈아픈 경험이다. 「조기수습이냐, 확전이냐」를 둘러싼 클린턴 행정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윤석민특파원 yunsuk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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