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의 작은 섬 제부도(濟扶島)는 섬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골고루 품고 있다. 파도와 바람이 조각해 놓은 기암(奇岩), 넓은 백사장, 각종 조개류가 숨어있는 갯벌, 늪지와 갈대밭….그러나 제부도의 으뜸 매력은 서울서 불과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도시와 단절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간만의 차때문에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제부도만의 자랑이다.
하루 두번만 열리는 2차선 연육도로를 따라 제부도에 들어서자마자 시야를 붙잡는 것은 매바위(鷹岩). 섬 남서쪽 곶부리에 나란히 서있는 4개의 돌봉우리이다. 만조 때에는 3분의 1이 물에 잠기지만 물이 빠지면 모래밭으로 걸어들어가 바위에 닿을 수 있다.
매 둥지가 많아 이름이 붙여진 이 바위는 30여년전에는 두 개의 바위였다고 한다. 풍화에 갑작스레 깎여 두 바위의 가운데가 각각 패이더니 이제는 네 개의 기둥처럼 되어버렸다. 매바위는 제부도에서 용왕(龍王)과 속세를 연결하는 신령스러운 존재이다. 바위를 돌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매바위 서쪽에서 시작해 약 1.5㎞가량 하얀 모래밭이 뻗어있고 나란히 갯벌이 펼쳐진다. 갯벌은 물이 완전히 빠졌을 때 폭이 1㎞에 달한다. 굴 맛살 삐쭉 바지락 동죽 피꼬막 모시조개등 조개들의 천국이다. 휴일이면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조개잡이가 장관을 이룬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용케 바닷가재와 겉모습이 비슷한 「쏙」을 잡아내기도 한다. 돌맹이 하나 없는 완벽한 안전지대여서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을 배우기에 더없이 좋다. 갈아입힐 옷과 장화만 준비한다면 아이들에게 최고의 하루가 보장된다.
행정구역상 경기 화성군 서신면 제부리인 제부도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주민의 대부분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자투리땅에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섬마을이었다. 89년에는 50가구 200여명의 주민이 전부였다. 90년대 들어 「모세의 기적」이 알려지면서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이제는 주민이 1,000명이 넘는다.
IMF상황 이후 이곳에서 뭔가 해보려는 외지인의 입주가 더욱 늘고 있다. 덕분에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크게 늘었지만, 생업 때문에 관광객의 방문을 꺼리는 원주민들과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길은 하루 두 번 6~8시간씩 열린다. 매일 썰물시간이 60~90분정도 늦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물때를 미리 알아야 한다. 화성군전화자동안내(0339-373-2006)를 이용하면 제부도에 대한 정보는 물론 물때까지 알 수 있다.
참고로 이달 10일에는 0시32분부터 오전9시17분, 오후1시17분부터 오후9시1분까지 연육도로가 열리고 11일에는 90분 정도 늦어진다. 연육도로 입구에서 청소비를 1인당 1,000원씩 받는다. 한적한 섬의 정취를 즐기려면 평일을 골라야 한다. 주말에는 어느 정도의 교통체증은 각오해야 한다.
/제부도=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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