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사들을 주목하라」.올해 국내 프로바둑계의 화두는 「여성」이다. 여류로서는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중국 태생의 루이나이웨이(芮乃偉·36) 9단이 국내 입성을 앞두고 있는 데다 신예 여성기사들이 전례 없는 막강 파워를 과시하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
「중국의 마녀」라는 별명을 지닌 루이 9단은 남편 장주주(江鑄久·37) 9단과 함께 13일 개막되는 LG배 2차예선에서 한국무대 신고식을 치른다. 여성답지 않게 난전(亂戰)형 바둑을 구사하는 그는 93년 제2회 응씨(應氏)배 세계바둑대회에서 이창호 9단과 양재호 9단을 차례로 꺾고 4강까지 진출한 바 있는 실력파.
일본기원이 자국의 여성바둑계를 보호하기 위해 일본 대회참가를 계속 불허했던 「기피인물」이기도 하다. 기계(棋界) 안팎에선 벌써부터 루이 9단이 특유의 현란한 공격바둑으로 국내 주요기전에서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해 말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국내 입단대회를 통과한 대만 출신의 장정핑(張正平·18) 초단도 만만치않은 복병. 일본서 활동중인 왕리청(王立誠) 9단의 조카로 왕9단 밑에서 직접 바둑을 지도받은 그는 외삼촌처럼 실리와 싸움에 모두 능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본인 역시 『두터우면서도 실리에 강한 이창호 9단과 같은 바둑을 두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외국 용병들의 입성에 자극받은 듯 토종 기사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93년 입단한 이지현(20)초단은 최근 쟁쟁한 남자 고단자들도 넘보기 어려운 기성전 본선 진출권을 획득, 기계를 놀라게 했다.
여성기사 중엔 95년 이영신 초단이 SBS 연승전 본선에 오른 적은 있지만 신문사가 주최하는 정규 기전 예선을 통과한 것은 이초단이 사상 처음. 끈질긴 바둑으로 정평이 난 그는 올들어 7승 4패를 기록, 승률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대국 내용이 갈수록 가다듬어지고 끝내기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
신예 유망주 박지은(16)초단도 올들어 11승 4패를 기록, 다승랭킹(10위권)과 승률(73%)면에서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11승중 10승을 남자기사에게서 올렸는데 「희생양」중엔 놀랍게도 서봉수 9단(2월 25일 KBS바둑왕전 2차예선)도 포함돼 있다.
서9단은 『시종일관 유리했던 바둑이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역전을 당했다』며 『집요함과 기교가 뛰어나 좀 더 실력을 연마한다면 대성할만한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프로바둑계 여성기사는 모두 20명. 조영숙(51) 3단이 최고단자이자 최고령자이고 조혜연(14) 초단이 최연소자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국내 여성바둑의 수준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 단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신예들의 기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데다 정상급 「용병」들의 가세로 올해 여성바둑계는 대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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