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고객을 모았던 백화점이 고객의 소리에 이렇게 귀를 막아도 되는 겁니까』모여대 일본어강사인 백모(42)씨는 휴일인 5일 L백화점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통이 터진다. 이날 백씨는 약혼자 조모(39·여)씨와 모처럼 쇼핑에 나섰다. 세일기간인데다 경품까지 내걸어 유난히 혼잡했던 L백화점 9층 매장에서 오후 5시20분께 애인 조씨의 손지갑이 깜쪽같이 사라졌다. 백씨는 곧바로 1층 안전실로 달려가 소매치기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전해주고 「매장에 소매치기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방송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백화점측은 평소 내보내던 분실주의 방송만 5~10분 간격으로 내보냈다. 이후 1시간동안 고객 9명이 잇따라 소매치기를 당하고 안전실을 찾았다. 백화점측의 무성의에 화가 난 백씨를 비롯한 소매치기 피해 고객들은 오후 6시20분께 남대문경찰서 민원실에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관할 을지로파출소로 연락하라』는 답변에 백씨등은 전화로 을지로파출소로 신고했고 『피해자들이 직접 출두,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파출소측 설명에 밤 8시20분께 파출소를 방문했다. 1시간 넘게 진술을 마치자 파출소측은 『사실상 수사는 남대문경찰서에서 해야 하니까 경찰서로 가라』고 말했다. 다시 남대문경찰서로 간 백씨 등은 밤11시가 넘어서야 겨우 신고를 끝냈다. 신고하는 데만 꼬박 4시간이 걸린 것이다.
백씨는 『고객을 끌기 위해 고가의 경품까지 내세운 백화점이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식의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박천호기자 c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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