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퇴임후 첫 고향 방문길에 나선 김전대통령은 이날 저녁 경남 통영시 충무관광호텔에서 야당시절 지지자 100여명과 만찬을 함께 하며 작심이라도 한 듯 김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전례없이 강도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김전대통령은 『김대중정권이 들어섰을 때 진심으로 잘 하길 바랐으나 몇달 지켜보니 「이것이 아니구나」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고 운을 뗀 뒤 『현정권이 언론을 탄압하고 고문을 자행하고 도청을 일삼는 등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전대통령은 『(현 정권은) 국회의원을 매수와 협박으로 빼내고, 자치단체장도 조직적으로 빼갔는데 어느 나라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도 이런 일을 못했다』고 말했다.
김전대통령은 지난해 7·21 재·보선과 3·30 재·보선에 대해서도 언급, 『여당이 돈과 관권 등 온갖 부정한 방법을 다 동원해 더러운 선거를 해서 이겼으나 그것은 진 것』이라면서 『뻔뻔스럽고 어린이 교육을 위해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김전대통령은 급기야 『김대중정권은 독재정권이고, 김대통령은 독재자』라며 『우리나라 독재자 중에는 불행하게 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우리는 과거에 어떤 무서운 독재자와도 싸워 이겼다』며 『당당히 싸워서 이 시대의 승리자가 되자』고 20여분에 걸친 말을 맺었다.
지난달 한나라당 의원과의 「안방정치」를 통해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해 온 김전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현 정부를 거칠게 비판하고 나섬으로써 사실상 「정치재개」를 선언한 셈이다.
특히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에서 현정부에 공세의 칼을 곧추 세운 것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전대통령은 7일과 8일 한나라당 소속 경남·부산출신 의원과도 잇따라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통영=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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