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에 어찌 서양 것만 있을까 보냐? 한국 전통음악도 당연히 클래식에 속한다. 그 중 첫 손에 꼽힐 것은 종묘제례악(중요무형문화재 1호).서울 종로 3가에 있는 종묘는 조선의 왕실 사당이다. 역대 임금과 왕실 선조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직선의 장중한 아름다움이 빼어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은 여기서 제사를 올릴 때 쓰는 음악을 말한다. 엄숙하고 화평하며 늠름하다. 단순하지만 깊은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조선의 왕실 제사음악은 처음 중국 것을 가져다 썼다.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세종대왕은 살아서는 우리 음악을 듣는데 죽어서는 왜 중국음악을 듣는지 불만스러웠다. 친히 종묘제례악을 지었다. 그렇게 태어난 음악이 보태평(保太平)과 정대업(定大業). 보태평은 역대 왕의 문덕을 칭송하고 정대업은 무공을 기리는 곡이다.
종묘에서는 매년 5월 첫 일요일 제사를 지낸다. 조선 왕실 후손들인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이 제사를 주관하고 국립국악원 악사들이 가서 연주한다. 귀신을 모시는 것이라 옛날에는 밤중에 횃불을 밝히고 올렸지만 요새는 대낮에 한다. 88 서울올림픽 때 한 번 밤중에 종묘제례를 지냈는데 외국인들이 그 멋스러움에 푹 빠졌다.
종묘제례악은 노래, 기악, 춤이 한덩어리다. 줄을 맞춰 일무라는 춤을 추는데 점잖고 그윽하다. 국립국악원은 이것을 무대로 가져오기로 했다. 14, 15일 오후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세종대왕에게 올리는 제사 형태로 공연한다. 대왕은 올해 제삿밥을 두 번 자시게 되었다.
조선은 음악을 중시했다. 세종대왕 시절 왕실 악사는 무려 800명. 이만큼 큰 왕실 오케스트라는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을 것이다. 임금의 행차나 대궐잔치, 문무백관이 모이는 자리에는 반드시 음악이 있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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