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발표회에서 입장권 800만원 어치가 팔렸다. 작곡가단체인 21세기악회의 이찬해회장은 「신문에 날 일」이라며 흥분했다. 지난 달 23~25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이 단체 창립 30주년 음악회에서 있었던 「사건」이다.공짜음악회가 아닌 이상 표를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작곡발표회는 다르다. 객석은 썰렁하고 초대권을 받은 「관계자」가 대부분이다. 작곡가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곡을 써도 연주가 잘 안된다.
창작을 홀대하는 사회적 무관심에 절망한 나머지 작곡가 망명론을 주장하는 작곡가마저 있다. 작고한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생각해 보자. 그가 한국에 있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창작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독일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최근 악보출판사 예당은 한국 관현악작품 전집을 발간했다. 작곡가 83명의 대표작을 담은 이 책은 한국 관현악작품을 처음 정리한 뜻깊은 작업이다. 사실 이런 일은 개인 출판업자보다는 국가가 나서거나 공공단체가 해야 어울린다. 마침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9일 개막하는 교향악축제는 16일간 거의 매일 한국작품을 연주한다. 구색맞추기로 가뭄에 콩나듯 집어넣던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그러나 음악계의 창작 외면 풍토는 여전하다. 국내 양대 축을 이루는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의 올해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중 한국작품은 서울시향의 윤이상과 강석희 각 한 곡뿐이다. 연주는 그때 뿐, 남는 것은 작품이다. 창작음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아쉽기만 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